[탈원전, 그 이후엔 어떤일이?-④] 전기요금·물가 인상 불보듯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7.19 10:59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분야 공약 중 핵심은 ‘脫원전’이다. 정책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고리 1호기 영구정지 등 몇 차례 공적인 자리에서 탈원전 방침을 재확인했다. 더 이상 원전을 짓지 않고,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은 폐지한다는 것이다. 새로 원전을 짓지 않으면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를 제외하곤 수십 년 내에 원전은 모두 사라진다. 게다가 신고리 5·6호기 3개월 건설도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본지는 우리나라에서 脫원전 정책 확정 이후 에너지와 전원정책 그리고 사회 전반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어떤 영향이 있을지 5회에 걸쳐 연재한다. 물론 예측이다. 올해부터 시작해 60여 년 동안 원전이 한 두기씩 서서히 사라지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을 선언했다.



④ 치솟을 전기요금 누가 감당하나?

탈원전 정책이 현실화되려면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 마련이 필수다. 정부는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와 천연액화가스(LNG)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원전의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지만 신재생에너지와 가스의 발전단가는 원자력에 비해 훨씬 높아 자칫 전기요금이 폭등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연료별 발전단가는 1kWh당 원자력과 석탄이 각각 67.9원, 73.9원인데 비해 가스와 신재생에너지는 각각 99.4원, 186.7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는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LNG도 국제유가에 연동돼 있기 때문에 언제든 큰 변동을 보일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정부의 탈원전·석탄 정책이 실현될 경우 발전비용은 지난 2016년보다 약 21%(11조6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누진제 논란 당시 국민들은 큰 불만을 표출했고 결국 연말에 누진제를 전면 개편했다.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사회적 합의 없이 전기요금이 오른다면 거센 저항은 불 보듯 뻔하다. 탈원전 정책은 시행에 앞서 국민들의 합의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전기세 인상과 같은 부담에 공감하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연합)


정부도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요금을 불가피하게 올릴 경우 주택용 보다는 산업용에 비중을 둘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만 보내고 있을 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고리원전 1호기 퇴역식 행사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재편해 전력 과소비를 방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요금이 재편될 경우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이 경쟁국에 비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달 20일 "일본의 철강과 화학 등 소재 산업은 경쟁국인 한국의 인프라 비용이 저렴해 위협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강했다"며 "한국의 탈원전 정책은 일본의 산업경쟁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국내 전력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9%로 많은 인력이 투입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탈원전이 현실화 될 경우 관련 일자리 감소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발생하면 제품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들의 몫이 될 수 있다.


◇ 먼저 탈원전 선언했던 독일, 일본, 대만도 ‘난항’

지난해 말 정권이 바뀌며 우리나라처럼 탈원전 결정을 서두르던 대만은 곧바로 3기의 원전 중 2기를 가동 중단했다. 그러나 지난달 초 35도를 웃도는 더위에 전력예비율이 3.7%까지 떨어져 경고가 발령됐다. 이에 대만전력공사는 수력발전 가동률을 높이고, 비상 발전기를 가동한데 이어 결국 정부에 정기보수 중인 3호 원전의 재가동을 앞당겨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대만은 건설완료 직전이던 4번째 원전의 완공을 포기하면서 93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떠안게 됐다. 대만 정부는 전기료 인상을 통해 이를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달 대만 국립정책재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6%가 탈원전을 위한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한다고 답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일본 또한 2011년 최악의 지진에 이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했으나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3년만에 재가동을 시작했다.

일본전기회사들이 수력·화력·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최대한 늘렸지만 원전의 빈자리를 메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일본 전력 생산량은 2010년 1조64억kWh에서 2011년 9550억kWh, 2012년 9408억kWh, 2013년 9101억kWh로 줄었다.

결국 전기회사들은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일본 자원에너지청에 따르면 그 결과 동일본 대지진 후 3년간 가정용 전기요금은 평균 25%, 산업용은 3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들과 기업이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자동차, 정밀 기계 부품 등을 생산하는 일본정공(日本精工)의 경우 절전 대책으로 전기 사용량을 10% 줄였음에도 요금을 30% 가량 더 내야 했다.

가와무라 다카시(川村隆) 일본 도쿄전력 회장은 지난 14일 일본 언론에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도 원전을 건설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원자력을 버리면 일본 경제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전 관계자들이 한국의 첫 수출 원전인 UAE바라카 원전을 찾아 건설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선 지난 2001년부터 탈원전 정책을 시행한 독일도 가정용 전기요금이 1998년 1kWh당 17센트(한화 약 193원)에서 2009년 23센트(약 261원), 2015년에 28센트(약 318원)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나마 독일의 경우 시민들이 매년 오르는 전기세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미래세대를 위해 전력사용량을 줄이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동참하고 있는 편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현재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우리나라의 3배 정도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현재 전기요금의 3배를 더 내는데 찬성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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