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낙관론" 유가 50달러로 반등할 '4가지'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7.20 08:48

▲서울 강서구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비관론이 팽배했던 원유시장에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로 반등할 것이란 의견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퀼베스트 투자자산운용의 밥 파커 투자위원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다시 배럴당 50달러선까지 회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유가 상승에 희망을 던져주는 재고 지표 등 일련의 데이터들이 발표된 이후 나온 것이다.

닉 커닝엄 오일프라이스 연구원은 "최근 발표된 지표들은 따로 떼어놓고 보면 중요하지 않지만, 총체적으로 살필 경우 모든 신호가 시장의 수급이 타이트해지고 있다는 점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주 발간한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95%에 달하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이행률이 78%까지 떨어졌다. 리비아와 나이지리아가 원유생산량을 늘린 탓이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는 100% 이상을 달성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등이 합의 쿼터 이상 감산을 이행했기 때문이다. IEA는 예상치 못하게 산유량이 증가하면서 원유시장의 재균형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 중국·미국 등 빅2 원유 수요 증가

그러나 커닝엄 연구원은 호재가 악재에 파묻혀버렸다며 원유 수요 증가 전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IEA는 세계 원유 수요가 올해 1.5% 증가한 하루 9800만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예상치보다 10만배럴 상향한 것으로 IEA는 내년에도 비슷한 속도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원유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1분기와 비교해 2분기에는 증가세에 한층 가속도가 붙으면서, 하반기 원유재고를 상당 부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IEA의 전망치는 최근 발표된 중국 경제지표가 뒷받침한다. 지난 17일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6월 중국 정유업체들의 생산량이 사상 최대치에 근접했다. 에너지 수요가 크게 확대하는 여름을 맞이해 ‘티팟(찻주전자)’으로 알려진 중국의 소규모 민간 정유업체들의 생산량이 늘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국내 원유생산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정유사들이 수입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휘발유 재고는 감소하고 있고,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흰색=미 휘발유 재고(단위=일일 백만 배럴), 파랑=휘발유 수요(단위=백만 배럴)( 표=블룸버그)



미국 휘발유 지표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7일로 마감된 미국 원유 재고가 756만 배럴을 기록하며 9월 이래 최대폭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휘발유 공급량 역시 4주 연속 감소하면서 1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일일 휘발유 수요는 8만1000배럴로 증가했다.


◇ 둔화되는 美원유채굴장비 증가

유가 반등의 두 번째 신호는 미국의 시추기 수다.

미 원유정보업체 베이커 휴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내 채굴장비 수를 전주보다 2개 늘어난 765개로 집계됐다.

시추기 수는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2016년 봄부터 이어진 14개월 간의 긴 확장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3주간 원유 채굴장비 수는 단 7개만 증가했다. 직전 3주 25개 증가한 것에 비하면 증가속도가 확연히 느려졌다.

이에 대해 커닝엄 연구원은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중반선에서 박스권을 보이면서 셰일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증산에 나서는 것을 꺼려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유 시추기 수 증가세가 둔화됨에 따라 오일 트레이더들은 셰일붐이 꺾이고 조만간 원유시장이 타이트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美원유재고 2주 연속 급감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에 근접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세 번째 이유는 미국 원유재고가 2주 연속 급감했다는 점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2주간 원유재고는 각각 750만 배럴과 630만 배럴로 감소했다.

아직 확신하기는 이르지만 향후 몇 주 간 재고량이 추가로 감소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유가가 바닥을 다지고 50달러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 리비아 나이지리아 증산, 시장 영향 미미

리비아와 나이지리아의 증산이 시장에 선반영되어 있다는 점도 유가 추가 상승에 설득력을 더하는 부분이다.

파커 투자위원은 "지난달 유가가 하락한 가장 큰 원인은 리비아가 생산량을 늘린 데 있다. 리비아 요인은 이제 시장에 완전히 반영돼 추가 하락 여지가 적다"고 밝혔다.

그는 또 OPEC의 감산이행률을 떨어트린 회원국의 원유생산량 증가는 사소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원유시장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OPEC의 산유량의 소폭 증감은 핵심요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 투자자들 낙관론으로…WTI 순매수세 7주래 최대폭↑

시장의 긍정적인 센티먼트는 최근 투자자들의 움직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달 사상최대 규모의 숏포지션(유가 하락 베팅)을 쌓아 올린 헤지펀드와 머니 매니저들은 몇 주 전부터 포지션을 청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주간 쏟아진 데이터들은 투자자들이 낙관론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유가 하락을 가리키는 숏 포지션이 지난 5월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흰색=숏포지션, 파랑=WTI 선물. (단위=배럴당 달러/1천 계약, 표=CFTC/NYMEX/블룸버그)



블룸버그에 따르면, WTI에 대한 헤지펀드들의 순롱포지션 계약은 지난 11일까지 한 주간 17만 8654건으로 19% 증가했다. 7주만에 최대 오름폭이다.

순롱포지션은 유가가 오를 것이라고 베팅한 숫자(롱 포지션)에 유가가 하락할 것이란 쇼트 베팅 숫자를 뺀 것을 의미한다. 롱 포지션도 2.1% 줄긴했으나 쇼트 포지션이 같은 기간 총 21%나 감소하면서 여파를 모두 상쇄하고도 남았다.

강세 베팅이 한 주만에 5% 이상 증가한 것은 지난 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에서 휘발유가 순롱포지션으로 추세가 뒤집힌 것 역시 지난 6월 초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디젤유에 대한 순숏포지션은 5주만에 최저치까지 낮아졌다.

나스닥코퍼레이트솔루션의 타마르 에스너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약세장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투자자들이 비록 완전한 확신은 아니지만 상황을 낙관하기 시작했다"며 "‘나쁜’ 상황에서 ‘조금 덜 나쁜 정도’로 개선됐다"라고 진단했다.

토토이즈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매트 샐리도 "단기적으로 보면 유가는 배럴당 40~50달러 범위 내에 머물고 있다"며 "곧 바닥을 친 뒤 숏베팅이 청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비관론도 여전하다. CFRA 리서치의 스튜어트 그릭맨 에너지 부문 애널리스트는 유가의 향방과 관련 "최악의 상황은 지나간 듯 하다"면서도 "이것이 반드시 유가가 V자형으로 회복될 것이란 의미는 아니며 당분간은 바닥권에서 계속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커닝엄 연구원은 "유가가 지난 7거래일 사이에만 5% 가까이 뛰었다. 유가 향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점은 유가가 40달러 아래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19일 국제유가는 6주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8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0.72달러(1.6%) 상승한 배럴당 47.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0.86달러(1.8%) 오른 배럴당 49.70달러에 마감했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지난달 6일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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