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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와 감산정책은 걸프국들의 경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표=IMF/블룸버그)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2014년 6월 유가 폭락 이후 중동 산유국들의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저유가가 3년째 지속되고 있으나 걸프 국가들의 경제는 여전히 유가 반등 가능성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6개국(사우디, 쿠웨이트, UAE, 카타르, 오만, 바레인)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개혁을 추진해왔다. 비원유 분야 수익을 확대하며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원유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고 새로운 세금을 도입했다. 그러나 정부 지출 삭감과 개혁 조치의 잇단 지연으로 지역 경제 전반이 침체되고 있다.
모니카 말릭 아부다비상업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다각화를 위한 걸프 국가들의 과정이 전반적으로 제한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걸프국들의 원유의존도는 여전히 심각하다. 지난 1분기 유가가 반등하자 곧바로 사우디와 오만의 재정상태 개선으로 이어졌다. 재정적자/원유 수입/비원유 부문 수입. (사진=블룸버그) |
블룸버그에 따르면 실제로 올해 1분기 사우디와 오만의 재정 적자는 원유 매출 상승에도 불구, 더욱 확대됐다.
유가가 여전히 이들 국가의 재정 균형을 위해 필요한 수준을 한참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배럴당 57달러까지 올랐던 브렌트유는 이후 계속 하락해 현재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밀린 상태다.
이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지난해 비원유 부문 매출을 확대하고 지난달에는 담배와 탄산음료 등에 ‘죄악세’로 불리는 세금까지 도입했다.
다만 공무원들의 임금 및 상여금을 삭감 계획은 끝내 무산됐다. 다른 공공 보조금 삭감 계획도 연말이나 내년 초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긴축정책 외에 OPEC 감산 합의도 걸프 지역의 경제 성장을 짓누르고 있다. 1분기 사우디 경제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둔화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GCC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올해 0.9%까지 크게 후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유가가 지속됐던 2000년~2013년 당시 성장률 5%와 비교된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데이비드 버터 연구위원은 "1분기 유가가 오르긴 했으나 OPEC 감산 조치에 따라 생산량이 줄면서 GCC 국가의 성장률은 더욱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폭락은 특히, GCC 6개국 중 가장 신용등급이 낮고 산유량은 적은 바레인과 오만에 직격탄을 가했다. 바레인/오만/GCC 회원국 전체 재정수지균형. (표=IMF/블룸버그) |
특히 GCC에서 가장 신용등급이 낮고 산유량은 적은 바레인과 오만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IMF에 따르면 부채에 허덕이는 바레인이 적자를 면하기 위한 유가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101.1달러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산유국 가운데 가장 높다. 또 오만은 재정 적자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1%까지 올라 GCC 국가 중 단연 최고다.
▲카타르는 분쟁을 겪고 있는 중동국가들 대신 아시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2016년 총 무역거래량 (단위=100만 달러, 표=블룸버그) |
높은 원유 의존도 탓에 걸프국 전체가 울상인 가운데, 몰래 웃는 승자가 한 명 있다.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 카타르다. 탄화수소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카타르에는 ‘전화위복’이 됐다.
주변 아랍국가의 단교로 고립에 처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LNG와 원유 수출로 얻는 수익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카타르의 비석유 부문 성장률을 2.5%로 예상했다. 외교 분쟁 여파에 소폭 둔화된 것이나,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늘길부터 사우디와 맞닿은 유일한 육로까지 막힌 상황에서도 피해는 미미했던 셈이다.
카타르가 입은 피해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지만, 시장의 상황 인식은 다르다.
사우디, U.A.E, 쿠웨이트, 카타르의 국채 비용은 카타르 사태 발발 당일 3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94bp(베이시스포인트·1bp=0.01%)를 기록하며 40% 가까이 치솟았다.
버터 연구위원은 "카타르 단교 사태는 중동에 정치적 경제적 리스크 요소를 더한 것인 만큼, 시장의 위험회피 성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걸프국들이 재정적으로 견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놓고 봤을 때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5일 사우디ㆍ바레인ㆍ이집트ㆍUAE 등은 카타르가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급진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있다며 단교를 선언했다. 카타르와의 육로 통행과 항공ㆍ선박 왕래를 중단했고, 카타르 항공사의 자국 영공 통과도 불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