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과 역세권2030 청년주택
- 청년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던 ‘역세권’
- 미래에셋의 새로운 도전, "임대사업 편견 바꾼다"
[에너지경제신문 신보훈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두 번째로 내 놓은 부동산 대책은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사실 청년들은 큰 관심이 없었다. 따라 잡기 힘들 정도로 올라버린 집값은 서울 변두리에서라도 살고 싶은 청년들에게 이미 큰 고통이다. 청년들은 정부 규제책 몇 개로 자신들의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역세권이라면 더할 나위도 없다. 부동산 시장의 제1 고려사항은 지하철과의 거리다. 역세권 주택이냐 아니냐에 따라 집값은 크게 차이가 난다. 하지만 돈이 없는 청년들에 역세권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 합정역에서 열 걸음…청년들의 미래 보금자리
▲합정역 3번 출구에서 열 걸음 정도 움직이면 미래에셋이 공급 예정인 청년들의 임대주택 부지가 나온다. ‘역세권’은 청년들과는 관련이 없는 단어였지만 미래에셋과 서울시는 그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었다.(사진=신보훈 기자) |
‘역대급 규제책’도 깨뜨리지 못하는 이 고정관념은 서울시의 정책과 증권사인 미래에셋이 바꾸려고 하고 있었다.
4일 찾은 서교동 내 ‘역세권2030 청년주택’ 부지는 2호선 합정역 바로 앞에 위치했다. 열 걸음 정도를 옮기자 넓은 공터가 나왔는데, 그 곳이 앞으로 청년들이 거주할 공간이었다. 임대료를 한 푼이라도 낮추기 위해 지하철에서 나와 최소 10분 이상 헤매야 했던 청년들도 이제는 역세권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역세권은 단순히 교통이 편리하다는 의미를 뛰어 넘는다. 이는 역세권 주변에서 청년은 살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이었다. ‘역세권2030 청년주택’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이 손을 잡고 역세권 주요 입지에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꿈의 정책’이었다.
▲역세권2030 청년주택을 위한 부지(왼쪽 아래)는 합정역 인근에 빽빽이 들어선 고층건물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사진=신보훈 기자) |
▲미래에셋이 사들인 청년 임대주택 공사 예정 부지.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난 2일 해당 부지의 착공계도 수리됐다. 세부 절차를 걸쳐 곧 토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사진은 기초 공사 전 현장을 점검하는 시공사 효성 직원들.(사진=신보훈 기자) |
미래에셋은 합정역 3번 출구 앞에 위치한 알짜 토지를 사들였고, 이를 통해 처음으로 임대사업에 진출했다. 이곳은 지상 24층, 976가구 규모의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작년 이 같은 내용의 사업 추진 방안이 발표됐을 때 모든 관심은 미래에셋의 첫 임대사업 진출에 이목이 쏠렸다.
현재 시점에서 미래에셋의 임대 사업은 단순히 사업다각화의 의미를 넘어 청년들의 주거 공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시공을 맡은 효성의 이용현 현장소장은 "착공계를 수리 받았으니 이제 곧 중장비를 들여오고, 토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 완공 예정인 임대주택은 지난 2일 착공계를 수리 받아 본격적인 공사를 앞두고 있다.
◇ 문제는 임대료…청년 눈높이 맞추기에 성패 달려
서울시가 추진하는 역세권2030 청년주택은 현 정부에서 밝힌 임대주택 공급 확대 기조와 맥을 같이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통령도 청년층 주거문제를 공약으로 발표할 만큼 청년층의 주거난이 심각하"며 "청년들이 탈서울, 탈지역구로 고통받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시에서도 행정 및 재정 역량을 많이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정역 인근에 위치한 ‘한강 트레벨 오피스텔’. 이 곳은 보증금 1000만원, 임대료 70만원에 거래된다. 보통의 청년들이 역세권에 거주하기 어려운 이유다.(사진=신보훈 기자) |
서교동의 임대료는 높다.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합정역 4번 출구 앞 ‘한강 트레벨 오피스텔’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70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청년들 많지 않다.
서울시와 미래에셋의 청년 역세권 임대주택을 향한 도전은 시작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임대료다. 역세권 임대주택은 사업과 그 의미의 성패는 아직 확정하지 못한 입주대상과 임대료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