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들수첩] 증권사 사회공헌활동, ‘김치’보다 ‘주식교육’이 우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8.11 08:35

증권부 나유라 기자


▲ 나유라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 놀이터, 주식은 패가망신의 지름길, 공매도는 주가 하락과 변동성의 주범…’

코스피가 박스권을 돌파했지만 주식시장을 둘러싼 개인투자자들의 잘못된 고정관념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을 투자처가 아닌 투기판이라고 평가 절하하거나 왜 위험하게 주식투자를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많다. 주식사기로 집안이 풍비박산났다는 이야기는 TV 드라마의 흔해빠진 소재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주식 뿐만 아니라 주식형 펀드에 대한 불신도 상당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5조6048억원이 순유출됐다. 최근 5년 동안에는 무려 25조6868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이렇듯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식시장을 믿지 못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주식이나 재테크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보니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도 은행 통장에만 돈을 묵혀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만일 증권사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주식시장의 원리, 순기능,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종목을 골라야 하고 어떠한 펀드를 가입해야 하는지 등을 주제로 교육을 진행했다면 어떨까. 어렸을 때부터 주식이나 펀드, 재테크 등을 올바르게 이해한 이들만이 적정 연령이 되어서도 효율적으로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다. 이는 곧 주식 시장 발전과 펀드 시장 활성화, 자본시장 발전과도 직결된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전국에 있는 금융회사 본·지점과 인근 초·중·고교가 자매결연을 맺고 금융교육을 실시하는 '1사 1교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증권사들 참여율은 저조하다. 총 1058개의 증권사 지점 가운데 1사 1교 금융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곳은 653곳(61.72%)으로 절반이 겨우 넘는다. 일부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방학 때 고객과 자녀를 대상으로 어린이 경제교실 등을 진행하지만 행사 자체가 많이 없다 보니 교육을 받는 대상자도 한정될 수 밖에 없다. 

경제교실은 방학 뿐만 아니라 연말연시, 학기 중에도 실시할 수 있다. 증권사들 역시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연말연시에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사회공헌활동도 사회복지시설 지원, 사랑의 도시락, 김치담그기 등 특정 분야에만 한정됐다. 증권사 가운데 증권업의 특성을 살린 제대로 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자본시장의 발전의 첫 단추는 주식투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교육이다.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공헌활동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증권사들, 올해는 고무장갑을 벗고 교단 앞에 서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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