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100일] 롯데·신세계 등 유통대기업 ‘정조준’…고강도 규제 잇따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8.15 16:17
발표하는 김상조 위원장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이혜미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내 유통 대기업들은 지난 100일 간 긴장의 나날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재벌 개혁’ 기조 속에서 대선 공약이었던 유통기업에 대한 규제를 잇따라 강화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문 정부는 김상조 체제의 공정거래위원회를 본격적으로 출범시키면서 재벌기업과 골목상권에 대한 개혁의지를 강하게 천명해 업계를 긴장시켰다. 교수 시절부터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김 위원장의 칼날이 유통 대기업들을 향하고 있는 만큼 업계는 숨소리도 내지 못한 채 상황을 주시해 왔다. 김 위원장 역시 취임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바는 경쟁자, 특히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해달라는 것"이라며 "대규모기업집단의 경제력 오남용을 막고, 하도급 중소기업, 가맹점주, 대리점사업자,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문 정부의 유통 대기업 규제는 롯데, 신세계 등이 주도하는 복합쇼핑몰의 입지와 영업제한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자원통상부는 지난달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대책으로 복합쇼핑몰 규제를 내놓았다.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복합쇼핑몰에 대해 월 2회 의무휴업을 도입하고, 도시계획단계 입지제한 및 상권영향평가 등으로 복합몰에 대한 규제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복합쇼핑몰은 침체를 겪고 있는 유통 대기업들이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사업으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이들의 사업은 시작부터 위기에 봉착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공정위는 지난 13일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통해 한층 더 강화된 유통 대기업 규제를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공정위는 그간 스타필드 하남처럼 사실상 유통업자이면서도 ‘임대업자’로 규정돼 대규모유통업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던 복합쇼핑몰과 아울렛도 앞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대형 유통기업의 악의적인 불공정행위에 대해선 피해금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한 ‘징벌적 3배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서울에서만 있는 분쟁조정기구를 시도별로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업계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남품업체 종업원 인건비 분담이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납품업체가 주로 부담해 온 대형마트, 백화점 등의 판촉행사 비용을 이르면 내년부터는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유통사들은 시식 행사 등을 진행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은 주로 신제품 홍보 등 제조업체 측의 필요 때문에 파견되는데, 유통업체가 이들의 인건비를 분담해야 한다면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면서까지 나설 이유가 없다고 설명한다. 업계는 비용 증가를 우려한 유통사가 당분간 관련 행사를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유통업계에선 최근 발표되고 있는 관련 규제들이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에도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지나친 규제로 많은 일자리를 양산하는 유통업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주요 유통대기업들은 정부의 신규출점 규제를 의식해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등 대형 투자계획을 잇따라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영세상인과 납품업체를 보호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획일적인 잣대로 유통산업을 과도하게 규제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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