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백워데이션 시험대…"붕괴·급등 사이서 갈팡질팡"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8.17 07:12

▲6월 중순에서 펼쳐진 랠리 이후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후반에서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다. 흰색=WTI 가격, 파랑=브렌트유 가격. (단위=배럴당 달러, 표=블룸버그)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협상이 끝나고 16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3주만에 최저치를 경신한 가운데, 원유 트레이더들이 유가의 상승과 하락 전망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유가가 또 다시 붕괴할 것이라는 공포는 가라 앉았지만 배럴당 50달러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크지 않다.

최근 며칠 사이 영국 북해 브렌트유 선물 곡선에서 백워데이션(현물이나 근월물 가격이 원월물보다 높은 상황)이 나타났다. 수급 균형에 대한 트레이더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주 브렌트 10월물은 12월물보다 거의 20% 높았고 2018년 4월물보다 9% 올랐다.

물론, 유가 곡선에서 나머지 부분은 여전히 콘탱고(현물이나 근월물이 원월물보다 낮은 상황)다. 하지만 백워데이션이 계속된다면 재고가 계속 줄면서 유가를 끌어 올릴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예상했다. FT는 ‘원유 백워데이션이 중요한 시험대에 놓였다’며 ‘강력한 수요와 재고 축소가 불마켓(강세장)에 희망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워데이션은 공급 축소와 수요 확대의 신호로 읽혀진다. 또, 백워데이션으로 인해 과잉 공급 기간 동안 쌓였던 원유 재고가 시장에 풀릴 공산이 커졌다. 원유를 쌓아 둔다고 더 이상 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원유재고는 6주 연속 감소했고 글로벌 수요 전망도 상향됐다. 헤지펀드들 역시 브렌트 순매수세를 12월 이후 가장 많이 늘렸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유가 반등을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다. 폴 호스넬 스탠다드차타드(SC) 원자재리서치 본부장은 "공격적으로 비관하기 힘들다"면서도 "여전히 저항이 있다. 시장은 가격을 너무 높이 올릴 의지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의 공급 감소가 중동의 에어콘 사용 급증과 미국의 휴가 시즌 등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변화일 수 있다. 데이비드 마틴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몇 주 안에 미국 드라이빙 시즌이 끝나고 더 많은 정유사들이 수리관리를 시작하며 공장가동을 일시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유조선에 적재된 재고의 매도세를 백워데이션이 지속될지를 가늠할 지표로 주목하고 있다. 에너지 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유조선에 실린 재고는 6월 평균 1억 배럴 고점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30일 평균 재고는 8100만 배럴로 꽤 높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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