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석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은행이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는데도 불구하고 여타의 금융회사에 비해 엄격한 규제를 받는 이유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산업자본으로 대표되는 비금융주력자가 은행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의결권주식을 4%까지 취득하는 것이 원칙이며, 예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10%까지 취득할 수 있다. 은행법이 이와 같이 ‘은산(금산)분리원칙’에 대하여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이유는 은행업의 안전성과 공공성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은산분리원칙의 관계가 문제되고 있다.
지난 4월 케이뱅크에 이어 7월에는 카카오뱅크가 문을 열었는데, 그 이용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다. 금융소비자들로서는 저렴한 송금수수료는 물론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대출이자와 높은 예금이율로 언제 어디서든 비대면방식으로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반길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들이 속속 수수료를 낮추고 대출금리도 인하하고 있다고 하니, 문턱이 높을 대로 높았던 기존의 금융시장에 인터넷전문은행이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출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자금이 없어 대출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대출이 늘어나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인 8%를 맞추기 위해 그만큼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데, 은산분리원칙에 의해 증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IT 기업의 참여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하여 은산분리원칙을 완화해 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국회에도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 주식을 50%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몇 개의 법률안이 계류중이다. 이러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만일 통과된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사실상 산업자본이 지배하는 은행이 될 것이다.
기업은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용이하지 않을 때에는 은행에서 대출받아 운영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 이러한 구조는 대출자금을 사업에 투입하고 이익을 얻어 상환하는 시스템인데, 문제는 회사 자본과 은행 자본이 혼용되어 자본건전성 등의 파악과 점검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은산분리원칙의 주된 논거인 ‘산업자본에 의한 고객 예금의 사금고화’ 가능성도 여전히 남는다.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는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은산분리원칙의 완화를 검토할 수도 있겠지만, 1997년 IMF 때와 마찬가지로 만일 은행자본이 부실화되어 파산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예금자가 떠안게 된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의 모기업이 되는 IT기업은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기업에 비해 기업의 변동성이 높은 특성을 갖는데, 만일 IT기업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그 위험이 곧장 인터넷전문은행에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특혜 시비가 이는 마당에, 향후 추가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될 경우 신흥 IT재벌에 의한 은행소유는 물론, 산업자본에 의한 은행지배의 서막일 수 있음을 우려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소비자에 대한 편익 제공 등 기존의 금융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건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다른 나라의 예에서 보았듯이 중도에 파산할 가능성이 크다. 은산분리원칙을 완화하는 것만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개인정보보호 등 금융소비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와 정책부터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