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ETF 봇물…국내 수혜주는 ‘찬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8.23 14:36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국내 4차 산업혁명 수혜주들이 ETF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운용사들이 잇따라 4차 산업혁명 관련 ETF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해당 상품을 구성하는 종목들 대부분이 해외기업에만 집중됐기 때문이다. 국내 4차 산업혁명 수혜주 중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기업들을 찾기가 어려운 만큼 ETF에 편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1일 상장한 ‘TIGER 글로벌4차산업혁신기술’ ETF는 4차 산업혁명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200개 기업에 분산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200개 종목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전자 한 곳 밖에 없고, 구글,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 도쿄 일렉트론 등 해외 기업에만 편중됐다.

삼성자산운용이 16일 신규상장한 ‘KODEX 글로벌4차산업로보틱스’ ETF는 4차 산업혁명 관련 로봇과 산업 자동화 기업 83종목을 담고 있지만 지수에 편입된 한국 기업은 고영테크놀러지가 유일하다. 우리나라에서 로보틱스, 자동화 분야에서 매출액이 발생하는 기업은 고영테크놀러지 한 곳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영테크놀러지는 3D 자동화 검사장비 세계 1위 기업으로 연초 이후 주가상승률은 36.58%에 달한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내에서 불리는 로봇 테마주들 가운데 대부분이 로보틱스, 자동화 분야가 아닌 본업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향후 해당 요건에 부합하는 기업들이 있으면 ETF에 추가로 편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이 이달 17일 선보인 ‘KBSTAR 글로벌4차산업IT’ ETF도 전체 112개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국내 기업 3곳만 편입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다음달 중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에 투자하는 ETF를 선보이는 등 해외 종목에만 집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ETF에서 국내 종목들이 소외된 이유는 아직까지 4차 산업혁명 관련해서 실적 개선세를 보이는 기업들을 발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나온 4차 산업혁명 ETF는 해외에서 만든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국내 종목들을 담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국내 4차 산업혁명 수혜주로 꼽히는 비트컴퓨터, MDS테크는 주가, 실적 모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트컴퓨터 지난해 매출액은 355억원으로 전년보다 4.82% 감소했고 영업이익 51억원으로 1.96% 증가하는데 그쳤다. MDS테크는 최근 3개월간 주가가 11.85% 하락했다.

운용업계에서는 이르면 2018년부터 국내 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 사업 모델을 안착하고, 충분한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경쟁력 있는 4차 산업혁명 테마주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이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며 "4차 산업혁명은 단기간에 끝나는 테마가 아니기 때문에 관련 종목들을 꾸준히 모니터링 하면서 좋은 기업들을 편입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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