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들수첩]유통업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8.24 08:17
이혜미

▲산업부 이혜미 기자

유통업계가 상생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그룹은 23일 올 하반기에 총 1300명의 신입사원 및 인턴사원 공개채용 계획을 밝히며 향후 5년간 7만 명의 신규 채용과 3년간 1만 명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6일엔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등 계열사 소속 비정규직 직원 23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16일 밝혔다. 유통업계는 정규직 전환 외에도 중소기업 육성, 지역 상인 및 협력사 지원 등의 상생 경영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이같은 행보에는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영향이 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고강도의 유통 규제를 발표하며 유통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일자리 확대’와 ‘상생’에 발을 맞춰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잇따르는 상생책 발표에 유통업계의 상생 경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물론 이같은 움직임을 상생 경영에 대한 압박(?)으로 받아들여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상생 경영에 대한 압박으로 제대로 된 상생안이 아닌, 눈치보기 식 상생안이 잇따를 경우 자칫 경영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현재 유통업계가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상생 경영 압박이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유통업계는 중국의 사드 보복과 경기 침체, 내수 부진 등의 대내외적인 상황과 함께 강화되고 있는 유통 규제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생 경영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가야만 하는 길이다. 협력사와 중소기업, 지역 상인을 외면한 채 기업 혼자만 잘해선 더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성장해 갈 수가 없다. 정부 눈치에 마지못해 하는 보여주기식 상생방안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유통업계의 자발적인 상생 노력의 움직임이 멈춰선 안된다. 게다가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는 갑질 관행과 불공정 관행,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야 말로 유통업계 안팎의 고질적인 관행들을 개선하고 상생 경영의 기틀을 제대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기업들에게 상생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는 오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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