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혐의 재판·사드철수···내우외환 신동빈 "어찌 하오리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9.17 23:59

롯데칠성 철수설도 확산...제과도 중국 매출 '반토막'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사진=연합)


올해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신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 및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을 진행 중에 있어 가뜩이나 바쁜 와중에 중국에서는 사드 보복이, 국내에서는 영등포역사 등 일부 시설에 대한 운영에 비상이 걸리면서 힘든 한 해가 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가 지난 2007년 이후 10년만에 출수를 결정했다. 신 회장 본인도 ‘철수는 없다’면서 계속 버텨왔지만 개선 기미가 보이질 않자 결국 6개월 만에 중국 롯데마트를 매각키로 한 것이다.

롯데마트는 중국 내 112개 매장 전체를 매각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협상 조건에 따라 일부만 매각하는 차선책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롯데마트의 매출은 전무한 상황이다. 올 2분기 중국 롯데마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2840억 원)의 10%에 불과한 210억 원에 그쳤고,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올해 연간 매출 감소액이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왔다.

신 회장은 올 3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절대적으로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하기를 바란다"며 사업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그룹 차원에서 올 3월 3600억 원을, 최근에도 3400억 원을 추가로 긴급 지원한 바 있다.

매각 수순을 밟게 된 중국 롯데마트는 현지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국 내 점포가 철수작업에 들어간 것은 맞다"며 "상황에 따라 일부매장만 매각할 수 있지만 일단 전 매장을 매각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에 대한 철수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롯데 측은 "중국 사업 철수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양사의 중국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 대비 약 2%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는 이마저도 1%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제과의 경우 중국법인 매출이 2016년 상반기 379억 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194억 원으로 약 49% 감소했다. 이 기간 베이징에 있는 생산법인 롯데차이나푸드의 평균 가동률은 23.2%에서 11.1%로, 가동시간은 585시간에서 279시간으로 대폭 줄었다. 산술적으로 하루 8시간씩 주5일 생산라인을 돌린다고 가정하면 6개월 중 4개월 이상 생산라인을 멈춘 셈이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분 100%를 보유한 허난성 소재 롯데오더리음료공사도 올해 상반기 생산실적이 2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나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 3월16일부터 보름간에 걸친 당국의 생산중단 처분과 현지 불매운동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사드 문제가 이어지면서 롯데그룹은 중국 롯데마트 매각과 함께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에 대해 중국 내 조직 및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망 통합 등 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통해 비용을 줄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롯데제과는 앞서 지난 7월 롯데아이스산둥 법인을 북경보태과기개발유한공사에 매각하는 등 식품사업 일부를 정비했다.

국내에서는 영등포역사 운영이 신 회장의 고민을 안기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서울역사와 영등포역사의 상업시설을 오는 12월31일까지 국가에 귀속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서울역의 롯데마트, 영등포역의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등 유통시설엔 큰 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역, 영등포역, 동인천역에 대한 향후 운영 방안을 이달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세 역사가 국가에 귀속되면 일부 공간은 공공용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새로운 사업자를 입찰 선정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결정에 따라 서울역사 내 롯데마트, 영등포역사의 롯데백화점ㆍ롯데시네마는 연말까지 입점 업체와의 계약 관계를 모두 정리한 뒤 해당 시설 소유권을 국가에 넘겨야 한다. 서울역 구역사는 한화역사가 30년째 운영 중이며, 롯데마트와 롯데몰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영등포역사는 롯데가 1987년 영등포역을 새로 단장해 백화점 영업권을 받았으며, 1991년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을 개장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대형 점포로 전국 롯데마트 중 매출 1~2위를 다툰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서울 서남부 상권의 핵심 점포다.

대량 실직과 입점업체의 피해도 예상된다. 서울역사의 롯데마트, 영등포역의 롯데백화점 등에는 약 4000명이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롯데그룹에 소속된 직원은 500명 안팎이다. 나머지는 모두 입점업체 판매사원과 임대매장 종사자들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의 경우 최근 지주사 전환에 대한 첫 발을 떼면서 순조로운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잇따른 악재가 계속되면서 힘든 한해를 보내고 있다"며 "(롯데 입장에서 보면) 흐르는 시간이 손해와 정비례 관계에 놓여있는 양상으로 ‘내우외환’이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최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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