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View] 전기차, 궁극의 친환경차?..."꿈깨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09.18 14:43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전력난...대책은?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한국전력 전기차 충전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연합)


화석연료의 궁극적 대안으로 주목받는 전기차. 전기차는 이미 자동차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지만, ‘불편한 진실’도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2040년 휘발유 디젤차 완전 퇴출을 공식 선언한 영국에서 전기차 확산에 따른 전력 수급 문제를 두고 첨예한 논쟁이 벌어져 주목된다. 오일 프라이스의 토드 로얄 분석가는 "‘환상의 나라’에서 깨어나서 현실을 봐야할 때"라면서 "현재의 기술력과 발전원 믹스를 고려할 때, 전기차의 확산은 휘발유·디젤차 대비 더 많은 오염원을 배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로얄 분석가는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주류로 부상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도 "문제는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전력난이나 일자리 감소 등 심각한 장해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거품으로 가득찬 미래만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전력 수급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전기차로 100% 전환할 경우, 비용이 예상보다도 훨씬 높을 수 있다는 경고다. 

◇전력 수요 느는데…원자력, 가스, 화력은 전부 NO

일단, 전기차 확산에 따라 전력 수요가 엄청나게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로얄 분석가는 "전기차 판매를 장려하면서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 천연가스, 화력발전 등은 전부 배제하고 있다"면서 "심각한 전력 공급 부족 사태가 야기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국가전력에 따르면, 전기차의 확산으로 2030년까지 영국 내 전력 수요가 2.5GW 늘어날 전망이다. 더 과격한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국가전력은 "스마트 충전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2030년까지 피크 전력 수요는 8GW, 2050년 18GW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스마트 충전은 피크 타임이 아닌 야간 등에 충전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는 2050년까지 전체 영국 내에서 판매되는 차량 중 90% 이상이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미래 에너지 시나리오에 근간한 것이다. 지난 7월 영국 정부는 신규 휘발유·디젤차량을 2040년까지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대기오염과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는 파리 기후변화 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환경정책의 일환이다. 

현재 정부, 개별 소비자, 투자자 등 모두의 관심은 전기차 100% 전환 목표를 충족하기 위한 비용이 얼마나 되는 지에 쏠려 있다. 영국은 새로운 발전소를 건립하고(재생에너지든 화석연료든), 송전선, 스마트 그리드 네트워크 기술, 전기차 충전 포인트, 국가 전역 충전소 구축 등에 수십억 파운드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프라 투자 없이 전기차로의 전환만 추진할 경우, 잠재적으로 전력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게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영국은 향후 20∼30년 안에 100만 대 이상의 전기차가 가져올 전력 수요를 감당해야 한다. 모든 전기차 운전자들이 한밤 중에만 차량을 충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10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마저도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잉여 용량이 풍부한 선진국에 국한된 이야기다. 중국과 인도 등 전력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는 상황이 더 나쁠 수 있다.  

우드맥킨지의 요하네스 웨츠젤 에너지 시장 애널리스트는 "발전 용량, 전력 분배 강화, 충전 인프라 면에서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요구되는 만큼, 전기차 진입은 상당히 도전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차는 2040년까지 2000만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기준 9만대에 차량이 주행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시장 규모가 200배 이상 성장하는 셈이다. 

문제는 영국은 이미 전력공급 부족에 쳐했다는 점이다. 노후 원전과 화력발전소는 2025년까지 완전 폐쇄가 예정돼있다. 그러나 국가 전력, 의회, 정부 어느 누구도 전기차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다.  

◇천연가스? 탄소배출량 때문에…ESS도 갈길 멀어

우선 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대비 발전단가가 저렴하고 건립속도도 빠르며, 수급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가스 발전소를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탄소배출 문제에 부딪치면서 천연가스 발전소 건립도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재생에너지 역시 수요와 공급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기차 충전에 적용하기에는 장벽이 높다. 태양광 패널은 햇빛이 있는 낮에는 사용할 수 있으나 밤에는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가 어마어마한 양의 전기차 인프라 비용을 피하기 위해 밤에 충전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까진 재생에너지를 선택지로 사용하기 힘들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대안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제시하지만, 비용이나 기술력 등 장벽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다.   

전기차 확산 속도는 각 정부, 기관마다 제각각이지만, 로이터 애널리스트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40년까지 시장에서 완전 전기차만 판매되도록 하기 위해선  시간당 50TW 규모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상황에서 피크 타임이 아닌 밤에만 충전을 이용할 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스마트 충전’이 가장 현실적이고 가능성이 높은 해결책이다. 2017년 기준 피크타임이 아닐 때의 전력 수요는 피크 타임 대비 3분의 1에 불과하다. 때문에 전기차 충전이 야간에만 이뤄질 경우 국가 전력에 가하는 압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영국 정부는 적절한 인센티브와 강제를 통해 야간에만 충전하도록 정책을 제대로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영국이 에너지 효율 면에서 중대한 진전을 이루면 가능하다. 2005년에서 2016년 사이 영국 내 피크 전력 수요는 14% 가량 감소했다. 경제 성장세가 높았던 사이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즉, 효율성을 개선할 경우 엄청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전기차 확산이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국가 전력이 송전, 분산 시스템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할 경우, 피크 전력 수요에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정반대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스코티시와 서던전력네트워크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할 경우 영국 내 평균 전력 리드타임이 두 배 이상 길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또다른 선택지는 원자력이다. 영국 정부는 안전성, 핵 폐기물 등 다양한 문제에 시달리면서 건설이 지지부진하다. EDF의 3.2GW 규모 힝클리 포인트 C 원전은 2025년 초까지는 가동을 시작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임러 수익 절반으로 급감…일자리 ‘뚝;" 

전력문제만 해결되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전기차 시대의 궁극적인 현실은 일자리와 수익이 급감한다는 데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회사 다임러는 중국의 화석연료 차량 퇴출 선언에 발맞춰 구체적인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다임러는 "메르세데스가 출시할 전기차 모델은 초반 수익이 기존 휘발유나 디젤차량 대비 절반에 불과할 것이다. 다임러는 완성차 제조를 외주기업에 맡김으로써 지출을 줄일 것이고, 이는 독일 내 양질의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고 경고했다. 

다임러를 이끄는 디터 체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자체 생산은 소비자와는 사실상 무관하다"면서 "독일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면, 영국과 중국 역시 감소할 것이다. 일자리 감소, 인프라 개선 등에는 수십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고, 이는 전기차가 전통 내연기관 엔진 차량을 대체하는 데 있어 투자자와 정부관계자들의 우려를 키울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영국 등 선진 국가들의 전기차 시장에 투자하기 전에 비용을 고려해 득실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기차, 전통내연기관차량보다 환경 폐해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전기차의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모두가 전기차의 슬픈 진실을 말하기 꺼려하고 있다"며 "전기차는 화석연료 차량의 궁극적인 대안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상은 전통내연기관엔진차량보다 더 많은 오염원을 배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환경에 미치는 폐해도 늘어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력 공급원 중 20%가 여전히 석탄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석탄은 정제유보다 환경에 가하는 독성이 크다"며 날을 세웠다. 이어 "석탄을 제외한 나머지는 가스와 원자력이며, 발전원 중 25%만이 재생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현재의 기술력으로 효율성이 높고 대량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석탄과 원자력발전 뿐이다. 가스를 발전원으로 사용하면 보다 친환경적이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이마저도 배터리 폐기물, 니켈 비용 등 환경적 영향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환상의 나라’와 정치적 슬로건에서 깨어나서 현실을 직시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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