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우 서울대 공대 학생회장.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정 기자] 서울대 공과대학 학생회는 10일 ‘문재인 정부의 독단적인 탈원전 정책 추진과정에 대한 공과대학 학생회 입장서’를 통해 탈원전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학교수들이 성명을 내고 탈원전 반대 성명서를 낸 적은 있지만, 학생회가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입장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서울대 홍진우 공대 학생회장은 "원전 등 과학 기술 정책은 바뀔 수 있지만 바뀌는 과정에 ‘전문가 없이’ 정부 관계자 한 두명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탈원전 반대 입장서를 낸 계기가 뭔가.

"입장서(성명서)를 내면서 대통령이 누구인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정책 추진을 바라보면서 탈원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과학계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경종을 울리려고 한 것이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그리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는 과학계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에 대해 지적을 제기한 것이다."


-과학계가 어떤 부분에서 경시됐다고 느낀 것인가.

"이공계 기피현상 해결에 대해서도 숱한 탁상공론만 있어왔다. 연구에 대한 투자도 중장기적인 접근이 아닌 단기적인 효과를 요한다. 깊이 있는 연구는 투자하지 않는 것 등이 다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입장서에서 밝혔듯 소듐냉각원자로 등 소형 미래 원자로 연구도 20년 넘게 진행됐음에도 탈원전 정책이 시행된다는 이유로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과연 이 정부가 장기연구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나 의문이 들고, 회의감도 든다."


-순수하게 학생들이 모인 것인가.

"그렇다. 공과대 학생들이 모인 순수한 학생회이다. 모두 학생들로 구성됐다."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이 ‘독단적’이라고 했다. 어떤 점이 문제가 있고, 어떻게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독단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다른 정책이 아니라 과학 기술과 관련된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서 과학기술계와 미리 소통을 하거나 얘기를 듣지 않고 자체적으로 결정했다는 면에서 그런 것이다. 과학 기술 정책은 바뀔 수 있다. 바뀌는 과정이 정부 관계자 한 두명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얘기같지만 각 분야 전문가들이 소통을 통해 진지하게 국가 미래를 충분히 고려해서 결정해야만 한다."


-입장서 발표 과정이 궁금하다.

"내 전공은 화학생물공학이다. 지난달 29일, 106명이 모여 회의를 했다. 그 회의에서 입장서를 내자는 안이 나왔고 그것이 통과됐다. 당시 입장문이 추상적이었다고 판단해 이번에 추가입장서를 작성하게 됐다."


-학교 내 분위기가 궁금하다. 일부 학생들의 생각인가 아니면 중론인가

"공대는 학생들 전공이 다 엮여 있는 편이다. 그래서 정부 정책을 보면서 다들 ‘남일’ 같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마이클 쉘렌버거 환경진보 대표를 포함한 21명이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의 원전과 관련한 사실(fact)을 알리겠다고 했다. 국외에서까지 이렇게 나서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원전이 환경과 관련이 많이 있다. 환경론자 중에 원전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중시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원전은 매력적인 에너지원이라고 생각한다. 빌 게이츠도 원전에 대한 지속적 연구를 하고 있다. 물론 학생으로 이런 걸 평가할 입장은 아니지만 개인적 생각은 이렇다."


-최근 한수원이 APR1400 유럽인증을 받고도 쉬쉬하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나 한수원 등은 정부 정책기조를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런 면이 우리가 염려하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정책기조 때문에 연구가 중단된다면 과학기술계에서 주도권은 뺏기기 마련이다. 연구라는 게 꾸준히 장기적으로 이어져야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과학기술계에서 다시 되찾아 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학문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우려스럽다."


-추가 계획이 있나.

"결정된 것은 없다. 탈원전 정책에 대해 명확한 찬반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정책 결정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식의 정책 결정이라면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덧붙일 말이 있나.

"에너지정책은 삶 자체에도 국방 안보와도 결부돼 있다. 국가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듣고 심사숙고해서 정책이 결정돼야 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넓어졌으면 좋겠다. 정치적 논리로만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탈원전 정책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과학기술계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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