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르는 금호타이어···中 공장 운명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10.16 14:10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국내 2위 타이어 기업 금호타이어가 57년여만에 ‘금호’ 타이틀을 떼고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른다.

심각한 경영 위기 속 체질 개선 작업이 시급한 가운데 생산 능력의 36%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공장을 어떻게 처분할지가 이번 ‘수술’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16일 재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이날부터 회사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사를 시작한다. 삼일회계법인이 2개월 가량 금호타이어에 대해 면밀히 살필 예정이다.

워크아웃 졸업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힘이 빠진 원인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생산 원가 구조, 자금 수지, 미래 손익전망 등 전반적인 상황을 들여다보게 된다.

당장 풀어야 할 숙제는 금호타이어가 이미 4조 원 가량의 부채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에도 1조 3000억 원 가량의 채권 만기가 도래해 채권단의 힘을 빌려야 했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상반기 매출 1조 3815억 원, 영업손실 507억 원의 성적표를 받았다. 자산은 5조 132억 원이다. 부채를 빠른 시일 내 청산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금호타이어의 신용 등급을 ‘BBB+’에서 ‘BBB’로 떨어뜨렸다.

더 큰 문제는 중국 공장이다. 부채 해결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중·장기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중국 공장의 체질 개선이 더욱 시급한 과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역시 금호타이어 자구안을 마련하면서 중국 공장 매각 등을 언급했었다.

이번 구조조정 안에도 역시 중국 공장 매각이 포함됐다. 다만 매력적인 매물이 아닌지라 주인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일각에서는 ‘공장만 파는 것은 고철을 처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강도 높은 목소리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금호타이어는) 중국 공장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타이어 업종의 경우 생산 기술과 연구개발 기술이 분리된다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어 중국 공장 하나만 매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타이어가 인수해주면 좋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오는데 타이어 회사들은 각각 다른 경영 환경과 시스템을 지니고 있어 금호타이어 공장 등을 흡수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덧붙였다.

중국 공장은 금호타이어 전체 생산의 37%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현지 판매 신차용타이어(OE) 중 40% 가량이 현대·기아차에 납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OE 생산·판매 비중이 높기 때문에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상당 수준 피해를 입었다. 2분기 기준 중국 법인은 184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금호타이어 중국 법인이 현지 금융 기관에서 약 3600억 원을 빌렸다는 점도 눈에 띈다. 상환 유예 등이 쉽지 않아 자칫 구조조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공장 처리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배경이다.

채권단 측은 일단 금호타이어의 상황을 꼼꼼하게 살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삼구 회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과감히 경영권을 내려놓으면서 신임 김종호 대표이사가 경영을 맡게 됐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김 신임 대표는 지난 2009~2012년 금호타이어 사장을 지낸 인물로 워크아웃 당시 채권단에게 협조적인 자세를 취한 바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보통 실사에 1~2개월 가량이 소요되는 만큼 연말까지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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