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View] 中 전기차 약진…"10년내 유가 $10"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10.18 07:55
- 전기차, 휘발유·디젤차 점유율 위협
- "2040년 신차 절반 달할것"
- 중국, 인도가 시장변화 주도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쇼륨에 전시된 마힌드라 그룹의 전기차 "e2o Plus". (사진=AFP/연합)


"전기차가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향후 10년 이내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로 폭락할 수 있다"

영국의 글로벌 컨설팅업체 롱뷰이코노믹스(Longview Economics) 크리스 와틀링 최고경영자(CEO)가 내놓은 다소 공격적인 전망치다.

전기차는 자동차 업계의 중심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아직까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십 수년 안에 빠르게 발판을 확보해 원유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불과 1∼2년 사이 자동차 업계는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었다. 틈새시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던 전기차는, 이제 전통 휘발유·디젤차량의 점유율마저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만큼 성장했다.

정책부터 시장지배력까지 다양한 요인들이 서로 맞물리며 전기차 혁명을 점점 더 빠르게 이끌어내고 있다.


◇ 전기차에 목숨 거는 중국…전세계 시장 바꾼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급락하는 배터리 가격은 전기차가 전통내연기관엔진(ICE)차량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데 디딤돌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에 힘입어 2025년과 2029년 사이 전기차가 휘발유·디젤차보다 저렴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BNEF는 2040년 전기차 점유율이 전체 신차 판매량의 절반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정책도 전기차 트렌드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ICE 차량 판매를 2040년 완전 중단해, 화석연료 차량을 시장에서 완전 퇴출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국과 인도 역시 휘발유·디젤차 판매 금지 관련 정책을 잠정적으로 발표했다. 세계 원유 소비를 이끄는 두 국가인 만큼, 화석연료 차량 퇴출 정책이 공식화할 경우 게임의 형태는 완전히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닉 커닝엄 오일프라이스 연구원은 "중국이 화석연료에서 100%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하는 데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전기차 정책이 아직 수립단계에 있기 때문에, 구체적 정책이 공개된다면 이미 가열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후 경유차 등 교통수단에 대한 규제책과 대규모 전기차 투자 계획은 중국특유의 하향식 경제구조와 맞물려 급격한 변화를 부른다는 게 커닝엄의 주장이다.

서구의 한 자동차기업 경영진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대륙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일괄적으로 명령할 수 있고, 주요 도시에서 운전 면허증과 자동차 번호판 규제를 지시할 수도 있다"면서 "이는 미국과 유럽의 시장경제 구조에서 할 수 있는 정책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전기차로의 거대한 전환을 모색하는 이유로는 몇 가지 요인이 꼽힌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고, △주요 도시들은 끔찍한 대기오염에 시달리고 있으며, △당국은 제조와 수출 분야 모두에서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

FT에 따르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은 2025년까지 7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고, 2015년에서 2020년까지 전기차 보조금을 총 600억 달러 가량 지급할 계획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휘발유·디젤차 잠재적 퇴출 계획까지 현실화한다면, 전기차의 궤도를 극적으로 변화시킬 전망이다.

커닝엄 연구원은 "휘발유·디젤유 차량 판매금지 조치가 아직 먼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결국 정부가 완성차 기업들에 ‘포스트 화석연료 차량’ 시대를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폭스바겐, 볼보 등 점차 더 많은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모델을 늘리며 주요 변화를 발표하고 있다. 업계의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향후 5년 안에 신규 전기차 모델들이 136개 이상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 전기차 확산에 원유수요 800만 배럴 ‘급감’


사실 전기차에 쏠리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는 다르게 전기차가 원유수요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2014년 배럴당 100달러에 달하던 유가가 50달러로 폭락하는 데는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사상 최악의 저유가를 야기한 것은 하루 200∼300만 배럴의 공급과잉분이었다.

전기차의 대중화로 줄어드는 원유수요가 2040년 하루 800만 배럴에 달할 것이라는 BNEF의 예측이 석유업계 경영진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이유다.

커닝엄 연구원은 "셰일업계는 약 7년간 하루 450만 배럴의 원유를 시장에 추가공급했다. 이는 전세계 공급량의 약 5%에 불과했지만, 2014년 사상 최악의 저유가를 야기했다. 지난해 20달러대까지 폭락했던 유가는 3년이 지난 현시점까지도 고점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커닝엄 연구원은 "수급 상황의 변동폭이 단 몇 퍼센트에 불과하더라도 시장에 엄청난 파괴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전기차의 위협은 매우 현실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유 수요가 정점에 달하는 구체적 시기는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전기차 시장 성장률을 가장 보수적으로 가정한 시나리오 아래에서도 전기차 대중화는 저유가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발등에 불 떨어진 석유업계, 주유소+충전소 같이 간다

쉘

▲(사진=Royal Dutch Shell)

원유시장에 드리우는 불길한 징조 속에서 석유기업들이 한가로이 앉아있는 것만은 아니다.

세계 최대 석유가스기업인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 Plc)은 유럽 최대 전기차 충전업체 뉴모션(NewMotion)을 100%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뉴모션은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25개국에서 총 5만 곳을 넘는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쉘은 구체적인 인수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궁극적으로 전 세계에 있는 4만5000곳의 쉘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지금까지 이뤄진 글로벌 석유메이저들의 전기차 충전 시장 진출에서 최대 규모로, ‘피크 오일(peak oil)’에 대한 석유업계 헤징(위험회피) 전략의 일환이다.

아울러 쉘은 수만 개의 소매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 설비를 설치할 것이라며, 앞으로 자사 주유소에서 전기차도 충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또다른 석유메이저 BP 역시 자사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 설비를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미뤄봤을 때, 쉘이 전기차 성장속도에 대해 메이저 석유기업들 중 가장 공격적인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쉘의 경영진들은 원유 수요 피크 시기가 10년 안에 도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와틀링 CEO는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인물이다. 그는 전기차의 확산으로 향후 6∼8년 안에 유가가 배럴당 10달러로 붕괴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사우디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유가 붕괴 시나리오에 포함 시켰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가 원유시장이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의 요인으로 흐트러지기 전에 자산을 매각할 것이란 분석이다. 와틀링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아람코를 매각하려는 동기에 대한 질문을 받자 "글쎄요. 사우디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로 폭락하기 전에 빠르게 빠져나와야 할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커닝엄 연구원은 "와틀링 CEO처럼 극적으로 원유시장의 폭락을 예견하는 사람은 드물다"면서도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전기차 혁명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업계의 뚜렷한 컨센서스이다. 석유업계는 전기차의 위협에서 더는 자유로울 수 없다. 대응책 마련을 늦출 수 없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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