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칼럼] 국제아동탈취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돼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10.19 09:22
김현수 변호사 칼럼 사진

▲김현수 법률사무소 수원 변호사


우리사회는 이제 더 이상 ‘다문화’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의 자료에 의하면 이주외국인은 2016년을 기준으로 204만 명으로, 통계적으로 전체 인구의 약 4%를 차지한다. 우리사회는 이미 다문화사회로 변화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정책과 제도의 변화는 아직 더딘 것으로 보인다. 그 중 한 가지가 국제아동탈취 문제 해결이다.

국제결혼을 한 A의 사례이다. A는 베트남여성 B와 결혼한 뒤 자녀를 낳았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고 결국 잦은 불화로 이혼소송을 진행했다. 그런데 B는 소송 도중 A 몰래 자녀를 베트남으로 데려가 친정에 맡겨버렸다. A는 판결이 나오면 자녀를 B로부터 데려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소송 결과 A와 B는 이혼하고, 친권과 양육권은 A가 받게 되었다. A는 이제 금방이라도 자녀와 같이 살게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A가 자녀를 데리러 베트남까지 찾아갔으나 B의 가족들이 딸을 데려갈 수 없도록 막고, 협박까지 한 것이다. A는 결국 딸을 데리고 오는 것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위와 같은 경우 A가 자녀를 데려올 수 있는 해결방안이 있을까? 먼저 B를 형사상 고소를 해 B가 스스로 자녀를 A에게 데려오도록 압박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B에게는 미성년자약취유인죄가 적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B에게 해당 죄책을 물을 수 없다. 판례가 부모의 일방이 자녀에게 어떠한 폭행, 협박이나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함이 없이 다른 곳으로 옮긴 것이라면 약취유인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유아인도 심판청구를 하는 것이다. A는 친권과 양육권이 있기 때문에 심판청구를 하는 경우 유아인도 인용결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B가 스스로 자녀를 인도하지 않으면 과태료나 감치처분을 내리는 등 간접강제를 할 수 있을 뿐 직접 집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더군다나 B가 주소를 숨기거나 송달을 받지 않아 공시송달로 진행한 경우 인용결정을 받더라도 더욱 집행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A로서는 친권, 양육권이 있더라도 현행법상으로 자녀를 직접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헤이그 국제아동탈취 협약에 가입했다. 헤이그 국제아동탈취 협약이란 부모 중 한 사람 또는 가까운 가족이 일방적으로 해외로 데려간 아이를 신속하게 원래 거주하던 나라로 되돌리기 위해 전 세계 94개국(2016년 4월 기준)이 가입한 다자간 협약이다. 아동이 대한민국과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이 발효된 체약국으로 탈취됐다면 아동의 소재 발견, 협약의 적용과 관련한 국내 법률의 일반적 정보 제공, 그 밖에 협약에서 규정한 지원 등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유아인도 집행도 가능하다. 하지만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은 우리나라의 가입을 수락한 국가와의 사이에서만 적용이 된다는 한계가 있다. 정작 우리나라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다문화가족의 국가인 베트남, 필리핀, 태국, 중국(홍콩과 마카오 한정 적용)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거나 가입수락을 하지 않아 아동이 위 국가로 탈취된 경우 협약에 근거해 보호받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국제결혼피해센터에 의하면 위 사례와 같은 국제아동탈취 피해사건 접수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자식과 생이별한 피해자들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하지만 현행법이나 제도상으로 피해자에게 어떠한 해결방안도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성공적인 다문화국가로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제아동탈취 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제아동탈취 협약의 체결 국가를 늘리기 위해 외교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경제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