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640조 원 세계 원전시장 열린다"…멈춰있는 韓 뛰어가는 中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10.22 09:23

▲16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현장에 가동을 멈춘 타워크레인들이 서 있다. (사진=연합)



중단 위기에 처했던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이 20일 공론화위원회 결정에 따라 재개 쪽으로 결론이 났다. 원자력 업계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앞으로의 수출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우려가 깊어지는 모습이다. 


◇커지는 세계 원전시장…
1기 수주 떈 자동차 100만대 수출효과

원자력 업계는 무엇보다도 세계 원전시장의 폭발적 성장세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는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반면, 세계 원전 시장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 세계에서 59기 원전이 건설 중이며, 향후 160기가 건설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1기당 건설 비용이 약 4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원전 건설 시장 규모는 약 6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인도는 2030년까지 1500억달러를 투입해 신규 원전 15기를 짓기로 했다. 영국도 2030년까지 16기를 건설할 방침이다. 이밖에 터키, 필리핀, 체코,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폴란드 등도 신규 원전 건설을 준비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큰 장’이 열리고 있다. 

특히 중국, 중동, 아프리카 등의 원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경제 성장을 위해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요한 신흥국들이 신규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팔을 걷어붙였다.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해 미래 에너지원을 원전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한 것. 이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2032년까지 원전 17기를 건설하기로 하고 최근 1.4GW급 원전 2기 건설에 대한 국제 설명회를 열었다. 다음달에는 건설비 200억 달러(약 22조원)가 소요되는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원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7개국 정도다.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등 기술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9일 유럽 수출형 모델 ‘EU-APR’의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받아 유럽 수출길도 열렸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탈원전을 추진하는 국가가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은 1979년 발생한 스리마일 섬(Three Mile Island·TMI) 원전 사고 이후 30년 넘게 신규 원전을 짓지 않아 원전 산업 기반이 붕괴됐다. 한국도 자칫하면 미국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의 탈원전 정책이 중국과 러시아의 세계 원전 시장 장악을 부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건설 중단에 따른 매출 손실과 매몰비용도 부담스럽지만 반도체산업에 버금가는 경제적 효과를 갖고 있는 원전산업이 한국의 ‘성장동력 리스트’에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높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원전은 1기만 수주해도 중형자동차 100만 대 수출에 맞먹는 경제효과가 있다. 여기에 운영, 유지보수, 건설 등에 따른 부가가치도 무척 높다. 2009년 한국이 처음으로 수출에 성공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의 경우 총 4기를 수주한 금액은 20조원이었다. 하지만 향후 60년 운영기간을 감안하면 약 80조원의 매출, 연간 19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매서운 ‘원전굴기’…"투자가치 660조 원"


이렇듯 국내 원자력 업계가 멈춰있는 사이 중국은 독자 개발한 원전 기술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세계적인 원전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사업을 발판으로 자국 원전운영 노하우를 앞세워 세계 원전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장악해나가고 있다.

중국은 원전 34기를 운영 중이고 발전 규모 측면에서 미국, 프랑스, 러시아의 뒤를 잇는 세계 4위 원전강국이다. 현재 중국은 추가적으로 20기의 원전을 건설 중이고 전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원전이 늘어나는 국가로 꼽힌다. 중국은 2020년까지 90여기의 원전을 가동해 미국에 이어 세계 2대 원전 대국으로 부상한다는 계획이다.

왕 쇼준 중국국가원자력공사(CNNC) 회장은 현지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서 원자력 발전 사업 투자는 약 5800억달러(한화 659조 7500억 원) 정도의 시장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약 72개국이 원자력 발전 사업을 개발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 이 중 41개국이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아직 원자력 발전 사업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의 원자력 에너지 사업이 미국이나 일본 등과 비교 가능한 발전 단계에 이른다면 시장 가치는 58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중국의 원전기술은 고속철도와 더불어 중국 ‘기술굴기’의 상징으로서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국영 원전업체인 중국광핵그룹은 해외 7개국에 6기의 원전 유닛, 8기의 원자로 및 장비를 수출했다. 더불어 전세계 40여 국가와 원전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에서 건설될 브래드웰 원전 및 아르헨티나의 신규 원전에도 화룽 1호 원자로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특히 영국의 경우 중국이 원전 분야에서 최초로 선진국에 원전 기술을 수출하는 사례로 꼽힌다.

이에 대해 첸즈민 중국핵공업집단 대표는 "중국 독자기술로 화룽 1호가 개발됨으로써 원전이 고속철도에 이어 해외에 수출하는 인프라산업이 됐다"며 "중국이 원자력 대국에서 원자력 강국으로 변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사업 국가들의 대부분이 개도국으로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2030년까지 건설예정인 원전은 240기에 달하고 1조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 중 파키스탄에서 중국광핵그룹은 2015년 8월 카라치 원전 2기 건설을 시작으로 현재 원전 3기를 구축 중이다. 그 밖에 사우디, 말레이시아, 이집트 등 20여개 국가와 원전기술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일본도 빠르게 복귀중…멈췄던 원전 80%까지 재가동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전면 가동 중단에 들어갔던 일본 원전 역시 재가동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5기가 재가동 중이고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로 4기가 재가동될예정이다. 일부 노후 원전을 제외하고 일본 내 재가동이 가능한 원전의 80% 가량이 재가동을 신청한 만큼 수년 안에 일본이 정상적인 ‘원전 체제’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012년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집권한 이후 일본은 옛 민주당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서 전면 선회해 원전 재가동 정책을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 2015년 8월 가고시마현의 센다이 1호기 재가동을 시작으로 이카타 3호기, 다카하마 3·4호기 등이 차례로 스위치를 다시 올렸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 멈춰섰던 원전 중 재가동돼 상업발전을 재개한 것은 총 5기에 이른다.

원자력규제위로부터 ‘재가동을 해도 좋다’는 최종인가를 받고 재가동 준비에 들어간 곳도 미하마 3호기, 다카하마 1·2호기 등 7기나 된다. 이번에 겐카이 3·4호기와 오이 3·4호기는 구체적인 재가동 시점까지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 밖에 일본 전역에서 16개 원전의 26기 원자로가 재가동을 신청했다. 재가동이 가능한 일본 내 원전이 43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수년 안에 ‘원전 체제’로의 복귀가 실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아베 정부는 2015년에 내놓은 ‘에너지 수급 전망’에서 전체 전력원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 2%대에서 2030년까지 20~22%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재생에너지(22~24%), LNG와 석탄·석유를 비롯한 화력(56%) 등과 균형 잡힌 전원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및 전기료 억제,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가격 등을 고려할 때 원전을 배제한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 원전 복귀의 이유로 꼽혔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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