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원전 정책까지?"...공론화위 월권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10.22 13:41

-정범진 원자력학회 부회장, 원전 정책 따로 논의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천근영 기자] "이거 공론화위의 월권 아닙니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의 발표 후 원자력계는 "공론화위의 역할을 신고리 5·6호기를 건설하느냐 마느냐를 권고하는 게 역할인데, 원전 정책까지 조사해 보고한 것은 명백한 월권 행위"라며 "정부 지시로 했겠지만,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신고리 5·6호기와 탈원전은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정부 관계자들은 "공론화위는 탈원전 정책 전반에 대한 게 아니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만 결정한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다.

그러나 공론화위는 20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 함께 ‘원전 축소’를 뼈대로 하는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공론화위는 이날 "시민참여단의 여론조사 결과 원전을 축소하자는 의견이 53.2%, 유지가 35.5%, 확대가 9.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원자력계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여부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자고 했을 때, 원전 정책 자체를 먼저 공론화 하자고 했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신고리 5·6호기에 국한하자고 했다. 그러나 공론화위는 원전 정책에 대한 설문을 넣었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공론화위의 결정이 책임 논란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만들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위원회가 당초 목적인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여부를 넘어 원전 정책과 보완 방안까지 포함시켜 공사 재개에 표가 몰렸고 결국 공사는 재개하면서 원전은 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건설 재개 여부만 물었다면 여론조사 때처럼 오차범위 내의 접전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정부 책임으로 전가될 가능성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른바 양비론적 결론 도출을 위한 꼼수라는 얘기다.

원자력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 정책 자체에 대한 권고안을 내린 것은 본래 공론화위 활동 취지와 맞지 않는 월권 행위"라며 "원전 정책은 시민참여단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전문가 등이 모여 별도의 공론 과정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의 대안(보완조치)으로 제시된 원전축소 논란에 대해 당초 건설재개 측은 설문 자체를 강력히 부인하고 인정하지 않았으나 공론위가 박빙에 염려해 일방적으로 집어넣고 갈등 봉합이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청와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보다 원전 축소 즉 에너지전환에 명분을 더 얻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때 탈원전 선언을 반복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공론화위가 471명의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한 공론조사에는 ‘원전 축소·확대·유지 중 하나를 고르라’는 문항이 있었다. 마지막 4차 조사에서 원전 축소가 53.2%, 현행 유지가 35.5%, 원전 확대가 9.7%로 나왔다.

정범진 원자력학회 부회장은 "총리령에서 공론화위의 결정은 신고리 5·6호기 공사재개로 한정하도록 했다"며 "원전 정책은 따로 공론화 등 별도로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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