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국제유가는 22일(현지시간)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르며 2년 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원유재고가 감소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한데다, 캐나다산 원유가 수입되는 핵심 송유관이 일시 폐쇄돼 미국으로의 원유 공급이 줄면서 유가를 끌어올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19달러(2.1%) 상승한 58.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5년 6월 이후로 2년 5개월 만의 최고치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1월물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배럴당 0.75달러(1.2%) 상승한 63.32달러에 마감했다.
지난주 폐쇄됐던 일평균 59만배럴 규모의 키스톤 송유관이 가동을 재개하는데는 몇 주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트랜스캐나다는 고객들에게 키스톤 송유관의 수송량이 이달 말까지 85%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주 원유재고는 185만5000배럴 줄었다. 전날 발표된 미국석유협회(API)의 집계치 640만배럴 감소에는 미치지 못했다.
인터팍스 에너지의 아브히셰크 쿠마 수석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현재 유가는 미국의 증산을 촉발하고 있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이 달 말 정례회의를 앞두고 여전히 미국의 증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이번 주 미국의 원유 시추공 수는 9개 늘어난 747개를 기록했다.
키스톤 송유관의 수송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후 WTI의 선물 곡선은 백워데이션을 나타냈다. 지난 2014년 12월 19일 이후 처음으로 약 3년 만이다. 백워데이션은 원유 저장보다 판매를 촉진하며 이는 원유 수출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브렌트유 대비 WTI의 낮은 가격도 미국 원유의 수출을 진작할 가능성이 있다. WTI대비 브렌트유의 프리미엄은 49센트, 8.5% 하락해 배럴당 5.21달러다. 하지만 여전히 지난 3개월 동안 나타났던 범위에 속해있다.
쿠마 애널리스트는 "WTI대비 브렌트유의 넓은 가격 프리미엄은 앞으로 몇 주간 미국의 원유 수출을 더 촉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래디션 에너지의 진 맥길리언 부회장은 "향후 미국의 원유 수출 수치가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원유 수출을 늘릴수록 OPEC과 비회원국들의 감산협약 효과를 더 상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원유 공급은 글로벌 공급 과잉 해소 시기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OPEC의 감산협약은 국제유가를 지지해왔다. 현재의 감산협약은 내년 3월 끝나지만 오는 30일 열리는 OPEC 정례회의에서 감산협약이 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 은행 ING는 "OPEC이 감산협약을 연장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지정학적 위기와 함께 높아진 연장 가능성에 힘입어 브렌트유가 배럴당 60달러선을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ING는 "하지만 OPEC의 정례회의 결과가 시장의 예상에 미치지 못 할 경우, 현재 브렌트유에 대한 대규모 매수 포지션을 감안할 때 매도세가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상당한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