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發 사정 칼날에...금융권 ‘안절부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11.23 15:34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한 7일 오전 우리은행 본점 모습.(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기영 기자]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사건으로 금융권이 ‘사정정국’을 맞이했다. 금감원 임원부터 은행권 전·현직 회장들과 은행장까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예산을 수립하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사를 받고 있거나 고발 등 으로 수사가 예상되는 금융권 관계자는 알려진 것만 10여명에 달한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금융검찰’로 불리는 금감원의 임원 3명,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이덕훈 전 한국수출입은행장 등 은행권 고위 인사들이 즐비하다.

‘사정정국’의 신호탄은 금감원이 쐈다. 지난 9월 감사원의 감사 결과 채용비리 문제가 드러나며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까지 지난해 신입채용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사정정국은 한층 심화됐다. 

검·경찰의 압수수색도 빈번히 이뤄졌다. 우리은행 은행장실과 인사부 등 10곳, 농협금융 회장실 등 8곳, KB국민은행 HR본부장 사무실 등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사정정국으로 당장 급해진 것은 우리은행이다.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해야하는 시점에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자진사퇴해 ‘큰그림’을 그려줄 사람이 없어졌다.  

우리은행은 현재 차기 은행장 후보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4일 사외이사들을 대상으로 내년 사업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새로운 은행장이 선임 이후 사업계획이 재검토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도 13명의 임원이 전원 사퇴해 주변의 우려를 받았지만 이중 11명의 임원이 새로 임명되며 한시름 놓은 상태다. 

농협금융이나 KB금융의 경우 직접적인 인사 공백은 없다. 다만 압수된 자료 등과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내년 사업계획 수립 등 실무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압수수색과 노조 측의 의혹제기로 인한 수사 가능성이 높아져 내부 구성원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이 지난 2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연임이 결정됐으며 이미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은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농협금융과 우리은행이 압수수색을 받은 상황에서 다음 타겟은 우리가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아직 안심하긴 일러 내부적으로 관련 문제가 없는지를 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영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