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부 최아름 기자
그 날 오후 2시쯤에는 경복궁 앞을 지나는 광역 버스에 있었다. 취재원과의 통화를 마치자마자 이어폰에서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렸다. 이어폰이 망가졌나 싶어 곧바로 핸드폰에서 뽑아 냈을 때 지진을 알리는 경고가 핸드폰 액정에 떠 있었다. 진앙지는 포항이었다.
오후 5시쯤에는 언론사가 밀집한 광화문의 한 카페에 있었다. 이번에는 건물이 흔들린 것이 느껴졌다. 지진이라고 생각을 하기 전 이번에도 알람이 더 빨랐다. 카페에는 이미 기사를 쓰고 있는 다른 기자들도 많았다. 아무도 건물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고 여진이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건설부동산부의 기자로 일을 하다 보면 "서울 내 6억원대 아파트면 저렴하죠" 라는 말에서부터 "3억원이 넘어가는 아파트는 우리 지역에서는 너무 비싸지"라는 다양한 폭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국가의 수도인 서울에 밀집한 인프라, 역세권이 아닌 곳을 찾기 힘든 수준으로 촘촘한 교통망, 신규 주택을 공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빽빽한 주거 밀도, 돈이 몰리고 사람도 쏠려 결국에는 언론의 관심도 서울로 몰린다.
사람이 몰리니 도시가 발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불공평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지진에서도 사람이 ‘덜 사는’ 지역에 대해 ‘덜 신경써도 좋다’는 의견이 간혹 보인 것은 안타깝다. 당일 오후 8시쯤 정부는 포항 수험생의 안전을 위해 수능을 연기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했고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수능 연기 결정을 번복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른 도시에 몰려있는 더 많은 수험생을 위해서 수능 연기에 반대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물론 청원은 200여 명에 채 미치지 못한 동의를 받았지만 안전 문제로 인해 내린 결정이 다수의 이득을 위해 번복되어도 좋다는 의견이 나온다는 것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서울 집값이 오르는 일은 교육, 생활, 문화 인프라가 밀집한 탓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집값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천재지변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사람이 덜 사는 곳이 좀 더 참으라’는 것은 없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