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심판원 "현대차 '기술탈취' 판단한 적 없다…특허등록 무효일 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12.05 16:44

최용설 비제이씨 대표 "기술탈취 당했다" vs 현대차 "일방적인 주장일 뿐"

심결문 일부 갈무리

▲현대차 특허등록 무효 건에 대한 심결문 일부 갈무리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현대자동차가 환경분야 미생물 전문업체 비제이씨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퍼져가는 가운데, 특허심판원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해 ‘기술탈취’ 판결을 내린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5일 특허심판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특허요건에 맞냐 안 맞냐에 대해서 특허 등록 여부를 판단한 것일 뿐"이라며 "기술탈취 분야에 대해서는 관여하거나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허심판원 판결이 현대자동차가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한 사건과 관련해서는 특허심판원이 판단을 내린 적이 없다는 태도를 명확히 한 셈이다.

심결문에 따르면 특허심판원은 지난달 20일 현대차 특허의 특허청구범위를 구성하는 10개 청구항에 대해 모두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해 특허 무효를 결정했다. 다만, 기존과 똑같지 않다는 점에서 신규성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도장설비의 악취 제거를 위한 미생물제, 및 이를 이용한 악취 제거 방법’ 관련 사건은 특허발명이 기존 비교대상과 비교해 신규성과 진보성이 부정되는지에 대한 여부가 가장 주요한 쟁점으로 꼽혔다.

심판원은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대상 발명들에 의해 쉽게 발명할 수 있는 것이어서 특허법 제29조 제2항에 의해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청구인의 나머지 주장에 대해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 사건 특허발명은 그 등록이 무효로 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심결 이후 현대차는 곧바로 재심에 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30일 이내에 재심을 신청해야 하는 원칙에 따라 현재 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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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낭독 이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최용설 비제이씨 대표 (사진=송진우 기자)


◇ 최용설 비제이씨 대표 "수사기관 조사로 기술탈취 여부 밝혀달라"

"더 이상 버텨낼 여력이 없다. 직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 몇 년째 빚을 내서 월급을 주고 있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매월 돌아오는 급여일, 제반비용 결제일이 지옥같다."

현대차로부터 기술탈취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최용설 비제이씨 대표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힌 심경이다.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대형 로펌을 상대로 7년에 달하는 소송기간을 버텨낼 여력이 없다"며 "정부에서 조속한 수사를 진행해 기술탈취 여부를 판별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차가 재심을 청구할 경우, 특허무효 사건은 장기전으로 돌입할 수밖에 없다. 특허심판원(1심)→특허법원(2심)→대법원(최종심) 순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비제이씨 측은 7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소기업으로서 소송 과정에 소요될 비용을 감당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최 대표가 직접 나서서 정부·공정위와 수사기관이 기술탈취 사건을 담당해 달라고 읍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가 밝힌 유일한 해결방법은 수사기관의 조속한 조사다. 지난달 27일에는 ‘다음’과 ‘청와대 홈페이지’ 에 청원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비제이씨는 환경분야 미생물 전문업체로, 지난 2004년부터 현대차 설비에서 발생하는 독성유기화합물을 자사 특허기술인 미생물로 정화하는 일을 도맡아왔다.

최 대표에 따르면 현대차와 경북대는 비제이씨로부터 탈취한 기술자료와 테스트 결과 그리고 미생물 분석 결과를 토대로 유사기술을 제작, 특허 출원한 뒤 올해 6월 일방적으로 회사와 계약을 해지했다. 현대차와 경북대의 공동특허에 자사에서 실시한 테스트 결과와 사측이 보유한 단독 라이센스 관련 미생물 정보와 특허 기술정보가 70%가량 사용돼 사실상 ‘기술탈취’를 했다는 게 비제이씨 측의 주장이다.

최 대표는 변리사 소견을 인용하며 "무효대상 특허(현대자동차와 경북대학교 산학협력단 공동발명)는 발명의 내용 및 무효심판 심결문을 보더라도 비제이씨의 특허를 회피하고 비제이씨와의 납품 계약을 해지하고자 급조된 발명에 해당한다는 의문을 떨치기가 어렵다"며 "이를 통해 현대자동차라는 대기업과 경북대학교가 오랜 연구의 성과로서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받은 것이 아니라 비제이씨라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 내지 급조해서 특허등록을 받았다는 의심이 더욱 굳어졌다"고 언급했다.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로고


◇ 현대차 "일방적인 주장…부당하다"

현대차는 비제이씨를 비롯한 중소기업이 제기한 기술탈취 피해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사실 관계가 틀린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기준 특허는 공동특허였기 때문에 기술자료를 요청할 필요가 없었다"며 "자비를 들여 테스트를 실시한 주장 역시 일방적"이라고 맞받았다. 당시 기존 미생물제 효과가 없다는 것이 확인돼 비제이씨에서 다른 미생물을 현대차에 납품하기 위해 신규 제품을 수입해 테스트한 것이므로, 해당 제품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들어간 비용일 뿐 현대차와 관계가 없다는 설명이다.

특허심판원 소송의 경우, 일반 특허들과 비교해 진보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효 판결을 받은 것일 뿐 기술탈취 주장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현대차는 "특허심판원의 1심 결과와 비제이씨의 특허 탈취 주장이 전혀 관련 없다"며 "특허심판원 판결은 일반 특허와 비교시, 현대차와 경북대의 공동 특허가 진보성이 부족해 특허로 인정하기에 미흡하다는 판단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중소기업분쟁조정위에서 3억 원 조정안을 권고한 것에 대해서는 조정불성립으로 종결된 사안이라고 발표했다. 해당 사안은 중재안이 조정부 스스로 양측이 제출한 서면을 충분히 파악·판단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등 객관성과 정확성이 담보되지 못했다고 사측은 덧붙였다. 앞서 중기벤처부 산하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위원회’는 비제이씨 기술을 탈취한 현대차에게 3억 원 배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서는 현재 민사소송, 공정위 재조사, 특허무효소송(2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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