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 영국 원전수출, 결과만 볼 것이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12.08 10:00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원자력학회 부회장)



영국으로부터 낭보가 날아들었다. 한전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그간 러시아와 중국은 직접 차관제공 그리고 저금리의 융자라는 엄청난 유리한 조건에서 세계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었다. 우리가 우선협상자가 된 것은 안전성과 기술력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원전이 수출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원전 사업자인 영국 뉴젠사의 지분 100% 인수를 위한 배타적 협상권을 확보한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 지분 인수 협상을 마치고 영국 의회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만 무어사이드 사업권이 한전으로 완전히 넘어오는 것이다. 원전수출이라는 열매를 보기 전에 먼저 봐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이 결과는 적어도 네 차례의 시도 끝에 이루어진 것이다. 프랑스전력공사가 건설할 예정인 힝클리포인트 원전의 운영지원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스페인이 가졌던 뉴젠사의 지분을 인수하려던 시도도 실패했다.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로형인 AP1000 건설에 참여하려 했으나 웨스팅하우스가 미국에서 파산하면서 이 계획도 실패하였다. 결국 네 번째 시도만에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것이다.

둘째, 이 성공은 우리가 원칙을 지킨 결과다. 에너지 정책의 중요한 원칙은 에너지원 다변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원전의 경제성이 아무리 좋아도 원자력으로 100%를 가져가지 않았다. 30∼40%를 유지하면서 두 기씩 꼬박꼬박 건설했다. 그 결과 인력과 기술력을 탄탄히 유지할 수 있었다. 선진국과 같이 대규모 건설을 하고 장기간 신규건설이 중단되면서 인력과 기술력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셋째, 1970년대 원전건설을 계획할 때부터 안전에 타협하지 않았던 선구자가 있었다. 국토가 좁기 때문에 비싸더라도 강력한 격납용기가 있는 원전을 택했던 것이다.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세계적인 원자력 기술의 표준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비록 가난한 나라에서 원자력을 시작했지만, 안전을 타협하지 않았다. 

넷째, 국민의 관심과 우려에 묵묵히 대응한 것이다.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해서 지나치다 싶은 규제와 국민적 요구도 모두 수용했다. 바보스러울 만큼 말이다. 그것이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한국 원전을 신뢰하는 대한 신뢰를 가져오게 되었다. 

다섯째, UAE 바라카 원전 건설에서 보여준 실천력이 오늘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바라카 원전을 적기에 예산내에서 건설을 하기 위하여 우리가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했던 그 노력이 오늘의 성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뉴젠사의 CEO가 바로 바라카에서 우리의 노력을 보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기적과도 같이 에너지 빈국이 에너지의 수출국이 된 것이다. 에너지 수출국이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 상상을 뛰어넘은 것이 UAE와 영국의 원전수출이다. 

일곱째, 영국은 합리성을 중시하는 국가다.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확대하되 바람이 없고 햇볕이 없는 동안에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발전원이 신재생에너지의 부재를 감당해주는 것이 궁극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 결과 시장가격보다 비싸더라도 원전을 선택했던 것이다. 또한 10여년이 경과하는 동안에도 또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전환이 이루어진 과정에도 에너지정책은 바뀌지 않았다. 

영국은 전력산업을 모두 민영화했기 때문에 어떤 발전소라도 발전사업자가 자기 자금으로 건설해서 전기값으로 투자를 회수해야 하는 구조이다. 여기서 영국정부는 35년간 전기가격을 보장해줌으로써 투자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우리가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의 예산타탕성조사를 통과해야 한다. 나는 이 과정에서 당파를 초월해서 국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우리 원전을 믿지 못해 탈원전 정책을 선언하는 동안에도 세계는 한국 원전을 주목했고, 한국 원전을 믿었다. 이게 중요하다. 한국 원전은 세계에서 주목할 만큼, 또 영국에서 수입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만큼 안전성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에너지경제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