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제주 쟁탈전’…제주항공 고민 깊어지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12.11 15:45

▲(사진=제주항공)


[에너지경제신문 여현우 기자] 국내외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제주도에서 해외로 향하는 하늘길 공략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제주항공은 홀로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상장을 기점으로 제주도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터라 정기편 운항 같은 결단을 쉽게 내리기 힘든 ‘속사정’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수익성 등을 이유로 현재 국제선 노선을 운영하지 않고 있지만 경쟁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최대의 LCC인 에어아시아는 12일부터 제주-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직항에 정기편(월, 화, 수, 토)을 띄운다. 이는 제주에서 출발하는 최장거리 노선이다.

제주도가 국제적인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말레이시아 현지 수요를 끌어오겠다는 게 에어아시아 측의 셈법이다. 올해 1~3분기 제주를 찾은 말레이시아 관광객은 4만 967명으로 집계됐다. 동남아 주변 국가에서 환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제주도민들 역시 보다 편리하게 동남아 여행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은 운휴에 들어갔던 제주-방콕 노선에 지난달 30일 재취항했다. 내년 3월 24일까지 주 7회 매일 운항 스케줄을 운영하며 수요를 늘려가고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제주-방콕 스케줄을 통해 제주도민의 해외여행 편의 제공은 물론 제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 수요 충족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7월 제주-오사카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해당 하늘길은 초기 탑승률이 98%를 기록할 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취항 당일에는 ‘만석’으로 비행기가 오가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티웨이항공은 9월부터 제주-도쿄 노선에도 항공기를 띄우고 있다. 주 운항 횟수를 3회로 감편하긴 했지만 수익성 확보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외 LCC간 ‘제주 국제선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제주의 경우 국내선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국제선 슬롯을 배정받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사명에 ‘제주’가 들어간 제주항공은 이 같은 경쟁 구도 속에서 유독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주목된다. 제주항공은 과거 제주-사이판 등에 취항했었지만 현재는 제주발 국제선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제주 하늘길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고사하기도 했다. 제주도가 선정한 ‘지원 대상 항공사업자’로 지목됐지만 포기서를 제출한 것이다. 지원 대상 항공사업자는 탑승률이 65%를 넘지 않을 경우 편당 2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제주도가 외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를 위해 직접 마련한 제도다.

일각에서는 제주도와 제주항공이 최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탓에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주도는 지난 2005년 당시 자본금 50억 원(25%)을 출자해 제주항공 설립을 도왔다. 양측의 균열은 지난 2015년 상장을 기점으로 생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이 국내 1위 LCC로 도약한 가운데 사명 변경을 시도하거나 인천발 노선에 집중하면서 갈등을 빚은 것이다. 제주도의 지분율은 12월 현재 7.59%로 떨어졌다.

지난 2월에는 제주도에 있는 콜센터를 서울로 옮기려다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제주도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졸지에 실업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자 제주도가 크게 반발했던 것이다. 제주항공은 결국 콜센터 이전 계획을 취소했다.

올해 3월부터는 항공요금 인상을 두고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항공이 인건비 등을 이유로 운임 인상을 통보하자 제주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회사 출범 당시 ‘요금 변경 시 제주도와 사전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협약 내용이 문제가 됐다.

1심에서는 제주항공의 운임 인상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지난달 열린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 사안은 매듭지을 수 있겠지만 제주항공과 제주도간 감정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측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수익성과 슬롯 배정 문제 등을 이유로 제주발 국제선을 띄우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헌우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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