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이 임명권 갖는 공공기관장 후보자 ‘무조건 5배수’ 정부에 제출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12.11 15:55

-에너지 및 학계 등 전문가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 앉히기 위한 꼼수" 지적

[에너지경제신문 여영래 기자]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 기관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 대상이 3명에서 5명으로 넓어졌다. 정부는 기관장 선임과정에서 최종 순위가 뒤바뀌는 등 잡음이 많다고 판단해 최근 해당 공공기관에 인사검증을 받을 기관장 후보자를 5배수로 올리도록 했다. 기존 3배수에서 2명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에너지와 학계 등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 입맛에 맞는 인사를 더 쉽게 내려보내기 위한 것"으로 "과거 정권부터 이어져 온 구태를 답습하는 것도 모자라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1일 정부 및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고 있는 각 공공기관은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공모한 기관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 대상 인원을 기존 3∼5명에서 5명으로 확대 제출토록 했다. 

정부는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고 있는 곳은 5명, 장관이 최종 임명권자인 곳은 3명으로 최종 후보를 압축 추천해 줄 것을 최근 전 대상기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관례화되다시피 한 3배수 추천을 세분화해 인사검증의 폭을 넓혀 인사비리를 최소화시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기술과 한전KDN 그리고 가스안전공사와 가스기술공사 모두 5명의 후보자를 산업부에 추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 공모절차를 밟고 있는 해당기관 역시 5명의 후보를 정부에 제출할 것이 확실하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법이 개정된 것은 아니지만, 선임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인사관련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무래도 검증인력이 많으면 그만큼 더 공정하고 투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현행법인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25조(공기업 임원의 임면)는 △공기업의 장은 제29조의 규정에 따른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람 중에서 주무기관의 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토록 돼 있어 후보인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하지만 그동안 해당기관은 관행적으로 응모 인력과 상관 없이 5명의 후보를 뽑고, 여기에서 3명을 추려 정부에 추천해왔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조치를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를 더 쉽게 앉히기 위한 미봉책’으로 보고 있다. 예전처럼 3배수만 올릴 경우 심사(서류 및 면접)과정에서 정부가 낙점(?)한 인사가 배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런 우려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발전 공기업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정부에서 밀고 있는 인사’가 3배수에 들지 못해 순위를 조작해 이 인사를 사장으로 선임한 것이 드러나 산업부 한 서기관이 구속됐고, 현재 발전공기업 사장도 이 사안과 관련 자택과 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심사할 후보가 3명에서 5명으로 늘었다는 얘기는 순위에 들지 못해 순위를 조작하는 상황은 줄어들 수 있는 반면, 그만큼 정부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기 쉬워졌다는 것"이라며 "경영능력 보다 관계(혈연 지연 학연 등)가 우선되는 현실에선 공공기관의 합리적 경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에너지분야만 봐도 정부가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진 인사가 3배수에 들지 못하면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재공모를 지시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공기업 인사시스템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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