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에 눈돌리는 ‘금융권’…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12.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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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는 소방공무원의 복지 증진을 위해 ‘심신안정실’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각 사)

[에너지경제신문=복현명 기자] 정부가 올해 1월 국민행정서비스를 전담하는 특정직 공무원(교원·군인·경찰·소방공무원) 등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2017 특정직 인사혁신·인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자 금융권도 특정직 공무원의 복지 강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는 소방공무원들이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12일 박남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실에 따르면 소방공무원 4310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PTSD 치유 프로그램 만족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76%(3273명)이 출동현장에서 심각한 외상사건을 목격했다고 응답했고 PTSD 증상이 있는 소방공무원은 26.8%에 달했다.

정부는 소방공무원의 PTSD 치유를 위해 지난 2012년부터 81억5049만원의 예산을 투여해 심신안정실을 설치하고 있고 5년간 약 9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심신안정실을 이용한 소방대원은 10.8%(462명)에 불과했다. PTSD 치료를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쁜 근무로 인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 정책이 일선 소방관의 편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대다수 심신안정실이 각 지역별 소방서에 집중돼 있는 것도 원인이다.

정부 정책이 한계에 부딪히자 금융권이 나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먼저 손해보험업계에서는 KB손해보험이 지난해부터 희망브리지전국재해구호협회, 서울소방재난본부와 함께 119소방대원들의 심신 안정을 위한 ‘심신안정실’의 개소를 진행중이다. 이는 KB손보가 사회공헌 비전을 ‘국민의 희망을 함께하는 기업’으로 정하고 재난과 화재 등 손해보험사의 업 연계성을 높인 신규 사회공헌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심신안정실은 평소 화재나 재난 출동이 잦은 소방대원들을 대상으로 PTSD 해소와 심신안정을 도와줄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설치된다. 따라서 심신안정실 내에는 소방구조대원들의 휴식을 도와줄 안마의자, 산소발생기, TV와 음향시설, 탁자 등이 설치된다.

KB손보는 지난해에는 서울 뚝섬수난구조대를 시작으로 봉천·길동·중곡·역삼·잠원·용두·잠실·상계·항공대 119안전센터 등 서울지역 10개소에, 올해 역시 남양주 수도권 119특수구조대부터 부산·대구·홍성·태안 등 총 11개소 등 총 22곳의 소방서에 심신안정실을 설치해 금융권에서 지원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은행권 역시 잠재고객인 소방공무원들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5일 경기도 시흥시 연성119안전센터에 안마의자 등 편의시설을 갖춘 심신안정실 1호점을 설치했고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고생하는 소방관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올해 6월 사단법인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심신안정실 설치 후원금 9000만원을 전달했다.

기업은행은 연내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 내 상록수119안전센터와 인천시 남동공단의 동춘119안전센터에도 심신안정실을 설치할 예정이다.

금융권이 일선 소방서에 심신안정실을 설치하는 이유는 소방공무원의 복지 증진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잠재 고객을 창출하려는 의도다. 또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 산업의 역할인 ‘따뜻한 금융’을 확산하기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계의 경우 소방관을 고위험직종으로 분류돼 보험 가입이 쉽지 않아 금융당국이 보험 가입실적을 정기적으로 제출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권이 금융 사각지대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심신안정실 설치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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