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평창올림픽이 두 달 정도 남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전기차 300대가 지원되고, 수소전기차도 운행된다고 한다.
수소전기차는 운행중에 부산물이 물밖에 없기 때문에, 100% 친환경차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수소를 어떠한 방법으로 얻는지에 따라 의견이 갈리고 있으나, 신재생에너지와 같이 수시로 발생하는 전기를 충전해 놓을 방법이 마땅치 않을 경우, 남는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한 후 수소 형태로 저장했다가 자동차 연료로 사용할 경우 상당히 합리적이라는 것이 일부 전문가의 의견이다.
예전에 심야전력을 이용해 물을 얼린 후, 낮에 그 얼음 녹여 냉방하는 것과 동일한 방법인 것이다. 수소전기차 한 대가 1km를 달리면 미세먼지를 최대 20mg 저감할 수 있다. 만약 수소차 100만대가 운행된다면 연간 210만t의 이산화탄소가 저감되고, 이는 30년생 소나무 3억 2000만 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계산이 나온다.
몇 개월 전만 해도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소전기차 개발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해외 대부분의 회사들은 전기차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현대자동차는 팔리지도 않고 가능성도 없는 수소전기차를 개발하느냐고 연구개발비를 쓰느냐는 각종 비난에 시달렸었다.
그런데, 필자는 몇 년간 지속적으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친환경차의 각기 다른 축일 뿐이고, 향후 미래의 승자는 누가될지 아직은 모른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단지 전기차가 기술적인 접근이 쉽기 때문에, 폭스바겐사태 이후로 획기적인 대안에 목말라 있던 자동차업계에서는 급히 전기차 생산 대책을 경쟁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더욱이 전기공급 라인은 이미 사회 에너지인프라의 한 축으로 완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충전기 보급이 저렴하고 용이하다는 장점도 한 몫하고 있다.
며칠 전 피아트크라이슬러(FCA) 회장이 수소전기차 및 변속기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대자동차와 기술 제휴를 맺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했으며, 후발주자인 일본 토요타와 함께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 2015년 워즈오토 10대 엔진에 수소전기차로는 최초로 투싼이 선정됐고, 지난달 다임러, BMW, 아우디, 토요타,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구성된 수소위원회 회장사로 현대자동차가 선출되기도 했다.
결국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2020년 이후 수소전기차 보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기술을 보유한 파트너 찾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BMW는 토요타와 동맹을 맺었고, 포드도 일본 혼다와 손을 잡았다. 미국은 이미 2016년부터 수소 및 연료전지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일본은 각종 규제를 풀며 2020년 동경올림픽까지 수소 충전소를 160곳 이상 건설한 후 수소사회를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수소차를 최초로 양산화 한 것은 우리나라인데, 범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일본에 이제는 다소 뒤져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 충전 보급소는 10곳이 있지만, 전부 연구용이고 민간에서 충전할 수 있는 장소는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외국에 비해 엄격한 각종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수소충전소 건설에 유럽 보다 2배 정도 비싼 30억 원이 드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그러나 그 보다 큰 어려움은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선 폭발위험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런데, 수소는 공기 중 농도가 4~75% 범위 안에서만 폭발한다. 즉 공기 중에 수소가 4% 미만이거나 75%를 초과할 때는 폭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음으로는, 자동차메이커가 차를 팔기 위해 개발한 것이니, 본인들이 모든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수소충전소도 본인들 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새로운 개념의 친환경차를 만드는 것은 자동차메이커만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프라 관련 분야는 국가 주도적으로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 1년 전만 해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수소전기차 기술제휴를 위해 현대자동차에 구애의 눈길을 보낼 것이라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