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재생에너지 대규모 투자?...국내환경에선 사실상 '불가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7.12.16 15:37

-삼성 측 그린피스 압박에도 "내년 8월은 돼야 계획 나올 것" 밝혀

-애플 구글과 다른 국내 환경이 재생에너지 투자 가로막아

-국내는 신재생에너지 사용하면 기존요금보다 1.5배 이상 비용 발생

▲삼성전자. (사진=연합)



현 전기요금 수준과 전력거래 시스템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 구글 등 경쟁관계인 글로벌 기업처럼 대규모 재생에너지 투자를 하기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방점을 찍은 정부 전원정책에 부응키 위해 이 분야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만, 계획 발표는 내년 8월 이후로 미뤄놓고 있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비싼 반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싸기 때문에 기존에 사용하던 산업용 전기 대신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면 1.5배 이상 비용이 발생한다"며 "삼성 같은 기업들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공급 계약(PPA)을 통해 전기를 쓸 수도 없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 의무사업자가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별도 구매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싶어도 기존 전기요금보다 50∼100%를 더 내야 하는 상황에서 선뜻 나수 없는 환경이라는 얘기다.

이 소장은 "삼성 같은 기업이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도록 하기 위해선 생산된 전력을 팔 수 있도록 정부가 전력판매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다른 민간에는 돈벌이가 되니 재생에너지를 하라고 하면서 제조기업들에게는 손해를 보면서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하는 나라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 이 소장은 "그린피스가 애플 구글 얘를 들여 삼성전자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했는데, 구글이나 애플 등은 철저히 비즈니스 적으로 접근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애플이나 구글이 신재생에너지확대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일단 그들은 손해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기업들의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내에서도 전기요금이 비싼 반면 일사량이 풍부해 태양광 발전에 유리하다"며 "태양광발전을 통해 전력을 사용해도 기존 전기요금보다 비용이 많이 발생하지 않고, 그런 캠페인을 통해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만약 그들의 본사가 한국이었다면 차라리 돈을 더 내고 말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린피스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를 앞두고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장을 비롯한 임직원 40여 명에게 발송한 편지를 통해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2017)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력 사용량은 약 1만 6000GWh로 석탄화력 4기 또는 원전 2기 용량에 해당하며, 전체 전력 사용량 가운데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은 약 1%(181GWh)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뒤, "삼성전자가 글로벌 리더 기업인만큼 IT 업계가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화석연료 사용에서 벗어나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데 삼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재생가능에너지 100% 사용 약속을 통해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홍경선 부장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세계적인 흐름이며, 이를 인지하고 오래전부터 논의를 해오고 있다"며 "지난달 30일 글로벌 뉴스룸을 통해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내년 8월 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한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로는 검토와 계획 단계라는 얘기다.

산업계는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휴대전화 ‘글로벌 톱’ 기업으로서의 자존심과 책임감 거기에 사업성까지 계획에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년 8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출처=삼성전자 글로벌 뉴스룸


삼성그룹은 이미 MB 정부시절인 2011년 국무총리실,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전북도와 협약을 맺고, 2021∼2040년 총 7조6000억원을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부지에 투자해 풍력과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을 포함한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키로 했지만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당시 투자하기로 한 태양전지, 풍력발전 등의 분야에서는 철수했고, 화학 계열사도 매각했다. 다만 향후 투자수요가 있을 경우 새만금 쪽을 우선 검토하겠다는 계획만 갖고 있다. 실질적인 사업이 없다는 얘기다.


◇ 국내 대기업들, 재생에너지 확보 안하면 '글로벌 경쟁력 약화' 불가피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확대가 지지부진한 사이 애플과 구글 등 전세계 118개 기업들은 이미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선언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체 전력 소비의 100%를 재생에너지에서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부품조달처의 재생에너지 사용비율도 매년 조사하고 있다.

이에 국내 대기업들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서두르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원은 "아직은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일정 시점이 되면 거래 업체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부품을 제조할 것을 의무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조달업체의 선정과정에 재생에너지 사용비중이 점수화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조건들이 현실화 되면 대한민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만 중국 일본 등에 있는 경쟁업체들에게 일감을 뺏길 가능성까지 대두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경쟁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소장은 "글로벌 트렌드가 재생에너지 확대로 바뀌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이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기 만들어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카이스트 최준균 교수도 "지금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 보조금을 주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면 이익이 발생하는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의 지원과 대기업들의 참여가 확산되면 국내 관련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낮아질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전지성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