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창 교수(경북대학교 지질학과)
▲유인창 교수 |
거의 두 달이 지난 시점인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 거짓말처럼 포항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실제로 발생했다. 규모 5.4의 지진은 한반도에서 지진의 계기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관측된 지진 중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이다.
전국적으로 지진동이 감지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포항 북부 흥해 지역을 중심으로 구조물 파괴 등 546억 원의 재산상의 피해와 함께 12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포항지진(규모 5.4)의 규모가 경주지진(규모 5.8)에 비해 4배 정도 작았음에도 불구하고, 포항지진의 피해 규모가 6배 정도 더 큰 이유는 지진이 발생한 진원의 깊이가 4km 내외로 경주지진 진원의 깊이(10∼15km)보다 지표에 가깝기 때문이며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지역 직하부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진 발생 이후에도 지금까지 거의 한달 동안 크고 작은 여진이 동일한 지역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으며, 지역민들이 일상생활의 불편함과 함께 향후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진의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반도는 지질학적으로 유라시아 대륙판에 속해있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지난 1978년 이후 한반도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들의 특성을 예의주시해 보면 1995년을 기준으로 확연한 변화가 인지되고 있다.
지진 발생 빈도수 역시 1995년 이전에는 연 19회 정도 발생했으나, 1995년 이후부터는 연 40회로 뚜렷한 증가 횟수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발생한 지진의 강도도 1995년 이전에는 규모 2.0 이하의 지진이 주를 이뤘으나 1995년 이후부터는 규모 3.0∼4.0 정도의 지진이 주를 이루고 있다. 더욱이 규모 5.0 이상의 지진도 발생하는 등 규모면에서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지진 발생 횟수의 증가 등과 같은 현상은 한반도 지하의 심부 지각구조가 과거와는 다른 지질환경으로 바뀌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인지돼 온 그간의 인식이 이제는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로 인식을 바뀌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한반도 육상과 해상에서 발생한 지진들의 지역적 분포를 면밀히 살펴보면 육상에서 발생한 지진의 46%가 울진, 포항, 울산, 양산, 고리, 부산 등 영남 동부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으며, 해상에서 발생한 지진의 51%가 영남지역의 대륙붕 연장부인 동부와 남부 해상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영남지역에는 과거부터 잘 알려져 있는 북북동 방향으로 발달하는 양산단층대가 존재하고 있으며, 양산단층대 주변에 같은 방향의 단층들이 평행으로 나란히 발달하고 있으며 특히 북북서 방향의 울산단층대가 존재한다.
이 같은 단층대의 영향으로 한반도 전체 지진의 절반 이상이 영남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처럼 알려져 있는 단층대 이외에도 아직까지 실체가 들어나지 않은 많은 단층들이 영남지역 지하 내부에 존재하고 있으며, 알려지지 않은 단층들이 경주지진과 포항지진에 의해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향후 영남지역 내 지진의 발생 빈도와 지진의 강도가 지금보다 더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다. 지난해 경주지역에서 발생한 9.12 지진도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는 지하 심부의 북북동 방향의 단층 주변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으며, 이번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역시 지하 심부에 존재하는 그동안 인지되지 못하고 있었던 북동 방향의 단층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이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정부가 지진으로부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표조사를 위주로 활성단층지도를 오는 2041년까지 제작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영남권역 내 지하 심부단층을 먼저 심층 조사해야 한다. 시급한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