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
[에너지경제신문 강예슬 기자] ‘암호화폐는 투기적 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투기상품일 뿐이니 국가가 나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과 ‘암호화폐는 미래의 대안화폐로 성장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결국 암호화폐와 관련된 규제의 수준·유무 등을 결정해 중장기적인 미래에 시장에 주효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가능한 빨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암호화폐 광풍…"투기상품일 뿐, 규제해야"
정부는 최근 불어닥친 갑작스러운 ‘암호화폐 광풍’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관련 부처가 암호화폐에 대해 서로 상반된 입장을 내놓는 것은 물론, ‘정부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이하 합동TF)’의 주무부처 설정을 두고 설왕설래하기도 했다.
일단 정부는 ‘전면금지 조치’와 같은 강력한 규제에서 한 발 물러서는 동시에, 암호화폐 투기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6월 290만 원에 불과했지만 불과 5개월여 만에 2500만 원으로 급등했다. 이로 인해 관련 범죄 위험성도 더욱 높아졌다. 피싱·파밍 등의 금융범죄는 물론 개인정보 유출 등의 위험이 점차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13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진행된 가상통화 관련부처 긴급회의에서, 정부는 미성년자나 비거주자(외국인)에 계좌개설과 거래를 불가능하게하고, 금융기관의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방침을 밝혔다.
14일엔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암호화폐 투자금을 모집하는 ‘유사수신 행위’와 거래자금 환치기 등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현행법을 통해 암호화폐의 부작용을 엄단하겠다고 전했다.
합동 TF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가상통화는 권리의무 관계 등 내재된 가치가 없음은 물론 그 가치와 강제통용을 보증한 국가나 기관도 없어 언제든 신뢰가 상실돼 폭락할 위험이 있다"며 "화폐로서 필수적 요소인 ‘가치 안정성’이 없어 장래에 화폐가 될 가능성이 없다"며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 미래 대안화폐로 성장할 수도
반면 암호화폐가 미래 대안화폐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아 눈길을 끈다.
암호화폐 찬성론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암호화폐는 은행 등 중개인 없이 개인 간 거래를 가능하게 해 분권화된 신용시스템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지대추구 행위’로 변질된 중앙집권화된 은행시스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중앙집권화된 현재의 시스템은 예금을 은행에 맡기며 권한을 위임한 사람들이 오히려 해당 시스템에 종속돼 버리는 현상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탈중앙집권화된 금융시스템을 갖출 경우, 지난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해 전 세계 경제에 타격을 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끔찍한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찬성론자의 주장이다.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의 저자 마이클 J. 케이시는 "암호화폐를 사용할 경우 금융중개인이 받던 수수료를 제거하고 사업 수행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정치인 등 부패를 줄일 수 있다"며 " 아울러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 심지어 미국을 포함해 약 25억 명의 근대 은행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금융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와 같이 화폐가치가 급락, 아르헨티나처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법정화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곳에서는 암호화폐가 일부 거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암호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이유로 4차 산업혁명의 기본 인프라가 되는 블록체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들기도 한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했을 때 마다 그 기술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영역들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의 킬러 어플리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공개형 블록체인을 금지한 채로 폐쇄형 블록체인만을 육성하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