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만 달러 받던 니퍼트, 100만 달러에 kt 위즈행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1.04 11:49

▲두산 베어스와 재계약이 불발돼 은퇴 위기에 몰렸던 더스틴 니퍼트(37)가 kt wiz에 새 둥지를 튼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두산 베어스와 재계약이 불발돼 은퇴 위기에 몰렸던 더스틴 니퍼트(37·미국)가 kt wiz에 새 둥지를 튼다.

kt는 2011∼2017년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로 활약한 니퍼트와 연봉 포함 총액 100만 달러(한화 10억 6700만 원)에 계약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두산과 니퍼트 팬들로서는 일단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라도 KBO리그에서 공을 던지는 그를 볼 수 있게 돼 다행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100만 달러’라는 계약 금액 때문이다.

니퍼트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두산 소속으로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니퍼트가 두산과 헤어지고 kt와 ‘100만 달러’에 도장을 찍게 되면서 ‘두산이 100만 달러도 제시하지 않았던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아울러 ‘100만 달러’는 kt의 발표 금액일 뿐, 사실은 그보다 더 큰 금액을 주기로 한 이면 계약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도 있다.

양 구단은 각각 이런 시선에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니퍼트는 2017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총액 210만 달러(22억 4070만 원)에 재계약했다.

하지만 정규시즌에서 14승 8패, 4.06을 거두고 포스트시즌에서 활약도 예년만 못하자 노쇠화를 우려한 두산은 그의 몸값을 낮추려 했다.

2017시즌을 마친 뒤 니퍼트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니퍼트를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할 경우 KBO 규약상 2018시즌 몸값으로 210만 달러의 75%(157만5000달러) 이상을 줘야 한다.

두산은 니퍼트의 가치가 157만5000달러 미만이라는 전제하에 협상에 임했다.

하지만 니퍼트와 합의점을 찾지 못한 두산은 KBO리그 경험이 없는 투수 세스 후랭코프(총액 85만 달러)를 영입한 데 이어 남은 외국인 투수 한 자리를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던 조쉬 린드블럼(총액 145만 달러)으로 채우면서 니퍼트와 결별했다.

그렇다면 두산과 니퍼트 사이에는 어떤 대화가 오갔던 것일까.

두산 관계자는 우선 "우리가 니퍼트한테 100만 달러도 제안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며 "210만 달러를 받던 선수한테 규정을 이야기하며 ‘75% 미만’을 이야기할 수는 있어도 절반도 안 되는 100만 달러를 언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짜고짜 100만 달러를 얘기하는 것은 니퍼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니퍼트와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몸값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게다가 니퍼트의 에이전트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꺼리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이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구단을 상대로 때로는 능구렁이 같을 정도로 노련한 협상을 벌여 선수 몸값을 높이기로 유명하다.

두산에 따르면 몸값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다가 협상이 지리멸렬해진 상황에서 린드블럼 카드가 급부상했고, 린드블럼 측과 대화가 거침없이 진행됐다.

결국, 니퍼트 측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상태에서 두산은 린드블럼과 손을 잡았다.

kt 역시 니퍼트와 이면 계약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kt 관계자는 "계약 금액은 발표한 그대로 100만 달러"라며 "물론 성적에 따른 옵션은 제외한 금액이지만, 옵션의 비중이 크지 않아 사실상 100만 달러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한편, kt는 이날 니퍼트의 메디컬테스트를 진행하고, 이상 없이 통과되면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니퍼트는 2011년부터 7년 동안 두산 마운드를 지킨 KBO리그 최장수 용병이다.

통산 94승 4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8의 성적을 남기며 두산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2016년에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kt는 지난 시즌 에이스로 활약한 라이언 피어밴드와 재계약하고 다른 외국인 투수를 물색하고 있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임종택 kt 단장은 "당초 영입을 추진했던 선수들의 다수가 메이저리그 잔류나 일본 리그 진출을 결정해 영입이 지연되고 있고, 스프링캠프 합류 등 차질 없는 시즌 준비와 적응을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영입 가능한 미국 리그 선수들과 돈 로치를 포함해 KBO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을 비교 분석한 결과, 니퍼트가 팀의 전력 상승에 가장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kt는 압도적인 구위를 갖춘 투수를 원했다. 니퍼트가 큰 키에서 내뿜는 시속 150㎞ 이상 강속구를 올해도 유지한다면 이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한상희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