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세계경제 1, 2위국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제재와 보복의 악순환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일 들려오는 구체적 파열음 속에 전문가들은 통상전쟁이 발생하면 그 여파가 양국을 넘어 세계 경제에 미칠 수 있다며 자제를 권고했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주최한 연례 ‘중국 콘퍼런스’에 참석한 정책입안자, 정부 고문, 기업인, 학자들은 미중관계가 충돌의 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국제정세가 패권다툼 전조를 보인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일부 고립성향으로 국제사회 리더십 공백을 노출하는 사이 중국이 지정학적, 경제적 질서를 형성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할 야심을 내비친 데서 충돌의 원인을 찾는다.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학술위원회에서 사무총장을 지낸 장옌성 중국 런민대 부교수는 "중국이 국제 분쟁과 대결을 피할 수 있을지가 2018년 핵심이슈"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현재 벌어지는 세계화의 막간을 세계가 안녕히 지나갈 수 있을지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신안보전략을 통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세력확장 견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양국이 보완이 아닌 경쟁 관계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충돌 가능성을 우려했다.

러셀 전 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몇몇 거친 통상조치를 가할 것이라는 경고 신호가 확실하게 감지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러셀 전 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복관세의 형태로 중국을 제재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런 조치 때문에 중국이 보복에 나서고 결국 미중 모두에게 피해가 되는 보복의 악순환이 형성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둥젠화 초대 홍콩 행정장관도 이 같은 미중 통상전쟁은 무조건 피해야 할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둥 전 장관은 "큰 관계에서는 이견이 있기 마련이지만 한쪽에서 경솔한 조치를 취하면 심각한 통상전쟁 분위기가 조성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전쟁은 어떤 나라에도 좋지 않으며 끈기 있는 토론, 협상, 특히 양국관계의 장기전망을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장옌성 런민대 교수는 미국의 국제무대 후퇴와 이를 틈 탄 중국의 공백 메우기 때문에 충돌 가능성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 10월 당대회를 통해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을 천명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고립정책이 반드시 중국에 좋은 기회인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미국의 후퇴가 함정인지 기회인지부터 알아내야 할 것"이라며 중국이 2050년까지는 세계 리더십을 노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0년 동안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성장 모델을 추진한 중국이 세계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크게 변할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장 교수는 "중국의 다음 단계는 통상 균형에 초점을 두는 개방경제"라며 "수입을 늘리는 것이 중국이 세계 강호가 되는 작업의 중요한 일부"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굴기(堀起·우뚝 섬)에 따른 미중의 해묵은 갈등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구체적으로 격화하는 양상을 노출했다.

미국은 불공정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무역법 301조를 토대로 작년 8월 중국을 겨냥해 지식재산권 조사라는 강경카드를 꺼냈다.

새해 들어서도 디지털 결제업체 앤트파이낸셜,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의 미국시장 진입을 안보 이유를 들어 차단했다.

이달 말에는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불공정무역 조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미국 산업계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잇따른 견제구에 중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 모습이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최근 사평(社評)에서 "미국이 자기 길을 고수한다면 중국의 보복조치도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썼다.

전날 미국 금융시장은 중국의 보복정책과 관련한 보도 때문에 파문이 일었다.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는 중국이 매입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하는 방식으로 미국 금융시장에 영향을 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었다.

중국 외교부는 11일 보도내용을 부인했으나, 미국에 대한 중국의 맞불조치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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