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70달러 눈앞…정제마진은 6달러대까지 하락
▲지난해 하반기 정제마진이 한때 10달러까지 돌파하며 함박웃음을 짓던 정유업계가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하며 정제마진이 하락하자 긴장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정유업계가 미국에 불어닥친 한파에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긴장하고 있다.
13일 석유공사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8%(0.50달러) 오른 64.30달러를 기록했다. 64.77달러를 기록했던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이며, 이번 주에만 4.7%나 상승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도 같은 시각 배럴당 0.78%(0.54달러) 상승한 69.8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이 "원유 공급이 줄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균형은 아니다"며 공급이 더 줄어들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장중 하락했던 유가가 다시 반등했다고 전했다. 또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데다 북미에서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난방용 기름 등 에너지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미 정유시설의 송유관이 강추위에 얼어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며 공급은 줄어든 상황이다. 전세계 산유량의 40%를 차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한 것도 유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국제유가가 70달러 가까이 상승하면서 단기 재고평가 이익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에 직접적이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이 줄어 걱정하고 있다. 1월 첫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6.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첫째 주 배럴당 9.9달러에 달했던 정제마진은 유가 상승과 함께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4∼5달러 수준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유업계에선 최근 변화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원유가격 부담이 커지면 정제마진 폭이 줄어 정유사의 수익악화로 이어진다. 통상 정제마진이 1달러 하락하면 국내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분기당 2000억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은 일시적"이라면서 "원재료인 국제유가 상승폭이 석유제품 가격보다 더 커지면서 정제마진이 하락하고, 유가 상승은 소비 위축을 가져오기 때문에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석유제품 수출 쿼터 규모를 전년 대비 25% 상향한 것도 1분기 정제마진 전망을 나쁘게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수출 규제를 완화하며 올해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은 지난해보다 30~4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쿼터 확대에 따른 공급 증가는 정제마진 악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