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들수첩]‘재규어가 저에게 다시는 차 안 팔거예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1.1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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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송진우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재규어에서 차를 또 구매하겠느냐고요? 아마 제가 사려고 해도 그쪽에서 안 팔지 않을까 싶네요." (재규어 F-페이스 구매고객 A씨)

재규어랜드로버 공식 딜러사 선진모터스와 한 때 재규어 F-페이스를 구매했던 고객 간 실랑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객이 개인 블로그에 올린 자동차 및 사후서비스(A/S) 불만글에 선진모터스 측이 지속적으로 게시중단 요청을 신청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원인이었던 ‘시동꺼짐’ 차량을 환불해주는 것으로 갈등이 봉합되는가 싶더니, 도리어 고객의 대응에 대해서 잘잘못을 운운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가는 형국이다.

A씨가 블로그에 재규어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도무지 억울한 감정을 토로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6480만 원이란 거금을 지불하고 산 자동차에서 시동꺼짐 현상이 여러 번 발생했는데도 불구, 차량을 판매한 선진모터스에서는 교환 및 환불에 해당하지 않는 사안이라며 고객의 환불 요구를 거부했다. 환불 조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1개월가량 지나서야 부랴부랴 이뤄졌다.

이미 환불로 마무리된 건에 대해 게시중지 요청을 하면서까지 사태를 무마하려 애쓰는 회사의 처지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직원의 개인 정보가 지속 노출돼 게시 중지를 요청했다. 게시물의 내용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지만, 그 이면에는 불만글이 자칫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었을 테다.

실제로 해당 게시글에는 "울 아부지 디자인보고 재규어 사고싶다 하셨는데... 나가리요^^", "곧 출시될 E-페이스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무서워서 못 사겠네요"와 같이 판매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게시글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유포·확산돼 하루 방문자 9만 명을 달성하기도 했다. 합의서에 굳이 "제3자, 온라인 커뮤니티, 언론 제보 등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것"이란 문구를 기재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지지부진한 싸움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타격을 입는 건 회사, 즉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란 점이다. 소비자 A씨는 게시중단 요청된 게시글에 재게시 검토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이 과정이 반복되면 그 자체가 이슈화돼 계속해서 트래픽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다간 신뢰도 하락을 면치 못해 미래 잠재고객까지 몽땅 잃어버리는 건 시간문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란 속담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앞서 백정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이사는 공식 서비스센터 확충 계획을 발표하며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문제의 차량을 환불해준 것도 모자라 블로그 게시글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다소 분할지라도, 절치부심(切齒腐心)의 자세로 유사사태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게 현명한 판단이지 않을까.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숙제는 고객이 올린 게시글을 내리는 게 아니라 이를 계기로 무너진 고객 신뢰도를 바로잡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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