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하나금융 회장 선임절차 제동...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1.14 20:21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절차에 제동을 건 사실이 확인돼 그 배경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후보자 인터뷰를 거쳐 오는 16일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인터뷰를 보류하고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하나금융 회추위 측에 회장 선임절차의 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최근 금감원 관계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 금감원 측은 하나금융·하나은행에 대한 검사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금감원은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현 하나은행장이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 은행권의 채용비리 의혹 등으로 검사를 진행 중이다.

아이카이스트는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 1호' 기업으로 최순실·정윤회 등 비선 실세가 관여했다는 게 하나금융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채용비리의 경우 심층 점검을 위해 2차 검사 대상으로 추려진 10개 은행에 하나은행이 포함됐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쇼트리스트를 위한 인터뷰가 곧 시작되는데, 인터뷰를 보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며 "인터뷰를 강행하려 할 경우 더 강력한 수위로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추위는 지난 9일 차기 회장 후보군을 27명에서 16명으로 압축했다. 김 회장을 비롯해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 함영주 하나은행장,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 등 내부 인사가 4명, 외부 인사가 12명이다.

회추위는 15∼16일 후보들 인터뷰를 거쳐 16일 쇼트리스트를 발표하고, 22일 심층 인터뷰를 거쳐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절차가 예년보다 약 1개월 빠르다고 지적했다. 2015년에는 2월 23일에 김 회장이 후보로 확정돼 연임했다. 지난번보다 서두를 이유가 딱히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또 내·외부 인사 16명을 후보군으로 좁혔지만, 상당수의 외부 인사는 물론 내부 인사도 고사하면서 사실상 '특정 후보'가 유력시되는 구도로 흐르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의 검사가 진행 중인데 굳이 한 달을 당기면서까지 차기 회장 선임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차기 회장 선임 일정에 차질을 주지 않도록 금감원이 최대한 조속히 사실관계를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중에 CEO(최고경영자)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해당 금융회사뿐 아니라 금융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에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며 "일부 회추위원도 과거 'KB금융 사태'를 예로 들어 같은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금감원이 검사 중인 상황에서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 후보를 예전보다 1개월 앞당겨 할 이유가 없다는 데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상당 부분 교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말 여러 차례에 걸쳐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을 문제 삼았으며, 최흥식 금감원장은 회추위 구성에 현 경영진이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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