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급증하는 LNG 수요에 '승부수' 띄운 러시아...LNG 수출 1등 '숙원' 푼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1.16 08:07

러시아, 세계 LNG수출 시장점유율 4.5%에 불과
천연가스 매장량은 세계 1위...겨울철 결빙에 수출 가로막혀
2035년까지 M/S 20%로 확대 추진
에너지기업도 플랜트 사업 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러시아가 세계 LNG 수출 시장 점유율 1·2위 카타르와 호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지만, 겨울이면 얼어붙은 항로에 수출길이 막혀 점유율이 4.5%에 불과하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수출세를 면제하고 LNG 프로젝트에 대대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폭증하는 LNG 수요에 발맞춰 수출량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러시아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부 장관은 "2035년경 러시아의 세계 LNG 시장 점유율이 현재 4%에서 15~2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를 위해 현재 1050만 톤인 LNG 생산량을 최대 1억 톤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8년 1월 기준 러시아에서 상업생산 중인 LNG 사업은 2009년에 운영을 개시한 국영가스 기업 가스프롬의 사할린-2 LNG 사업(500만 톤/년, 2개 트레인 가동)과 2017년 12월 트레인1이 가동을 개시한 민간가스기업 노바텍의 야말 LNG 사업이 있다.

노박 장관은 "2024~2035년경 세계 LNG 시장에서 연간 약 2억 톤 규모의 LNG 틈새시장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며 "러시아의 LNG 프로젝트들이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틈새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향후 러시아 LNG 자원의 주요 기반이 야말 반도, 기단 반도 등을 포함한 북부 지역(가스 매장량 38Tcm 이상)에 위치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러시아가 이처럼 LNG 수출 확대에 전력투구하는 이유는 아시아 시장이 새로운 LNG 수요처로 전 세계 기업의 이목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각각 수출 1·2위인 카타르와 호주가 증산을 선언한 이유도 아시아 수요 때문이다.

▲(표=에너지경제연구원)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30년 세계 LNG 수요는 2016년보다 86% 증가한 4억7900만톤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석탄화력에서 가스화력으로 급격히 이동 중이다. 이미 중국 당국은 2030년까지 중국내 천연가스 공급량을 현재의 3배 수준인 6000억㎥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LNG 수출 확대 정책은 지난달 25일 푸틴 대통령이 지시한 에너지 안보 전략의 일환이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최근 세계 여러 국가의 LNG 생산부문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자국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리스크를 완화하고 LNG 프로젝트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조치 등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2018년 6월 1일을 기한으로, 관련 부처는 ‘러시아연방 에너지 안보 독트린’, ‘러시아 에너지 전략-2035’, ‘2035년 러시아연방 가스산업 발전 종합계획’ 등을 마무리해야 한다.

정부는 러시아 기업의 LNG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및 조치를 개발·승인해야 하며, 특히 에너지부는 외국 기업과 LNG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려는 러시아 기업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경제개발부 및 외무부와 공동으로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넓어진 기회에 맞춰 기업들도 잰걸음을 걷고 있다.

현재 여러 러시아 에너지기업들은 LNG 플랜트 건설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일례로 러 최대 민영가스기업 노바텍은 지난달 발표한 ‘2030 장기 전략’에서 "2030년경 5500만~5700만 톤의 LNG를 생산해 세계 최대 규모의 LNG 생산기업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자리에서 노바텍의 레오니드 미켈슨 회장은 "러시아 에너지부가 2030년경 러시아의 LNG 총 생산량이 8000만 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 중 자사 비중이 3분의 2를 차지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노바텍의 ‘2030 장기 전략’에 따르면, LNG 프로젝트에 대한 총 자본지출 규모를 2.5조~2.8조 루블(한화 46조 9000억 원~52조 5280억 원)로 추산했고, 2030년경 가스 생산량을 현 수준보다 2배 증가한 126Bcm으로 계획하고 있다.

현재 노바텍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LNG 프로젝트는 ‘야말 LNG’ 사업(생산용량 총 1740만 톤/년)과 ‘북극 LNG 2’ 사업(생산용량 총 1830만 톤/년)로, 이외에도 극동지역 캄차카 지방에 LNG 환적 터미널(처리용량 2000만 톤) 건설을 추진 중이다.

야말 LNG의 트레인 1은 지난 2017년 12월 상업 가동을 개시했고, 트레인 2는 2018년 내에, 트레인 3은 2018년 말 또는 2019년 초에 가동을 개시할 계획이다.

북극 LNG 2 사업의 경우, 2018년 말까지 설계를 완료하고 2019년 말에 최종투자결정을 해 2023년에 가동을 개시할 예정이다.

캄차카 LNG 환적 터미널의 경우, 2022~2023년 가동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으며 터미널 건설에 대한 FEED를 2018년에 완료할 계획이다.

이처럼 큰판이 바뀌는 상황에서 LNG 수입 1위국인 일본은 장기 수급 문제를 고려해 조달선을 다변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일본의 민간 에너지기업인 마루베니·미쓰이·미쓰비시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노바텍의 북극-2 LNG 사업에 투자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일본 정부기관인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이 자금을 대기로 결정했다.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민·관이 함께 뛰고 있는 셈이다.

추가적인 투자도 예상된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마루베니와 미쓰이가 노바텍과 공동으로 캄차카 반도에 LNG 터미널을 짓는데 합의하고 MOU를 맺었다"고 지난달 28일 전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쇄빙LNG선이 얼음을 깨면서 운항하고 있다.(사진=대우조선해양)


한편, 국내 조선기업들도 러시아 LNG 확대 정책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베리아 야말 LNG 수출에는 한국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우조선은 지난 2014년 ‘크리스토프 드 마르주리’호를 포함해 야말 LNG를 수송하기 위한 쇄빙 LNG선 15척(총 48억 달러, 약 5조원 규모)을 싹쓸이 수주한 바 있다.

대우조선이 건조하는 쇄빙 LNG선은 야말반도 사베타(Sabetta)항에서 북극항로를 통해 중국 등의 아시아와 북유럽 지역으로 LNG를 운송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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