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가 투기상품?...'블록체인과 뗄 수 없는 관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1.16 16:15

'화폐' 라는 용어의 해석오류...
해외선 개인간 에너지 거래도
의료,게임,주식 등 기술적용 다양

▲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거래소. (사진=연합)



법무부와 금융위가 연일 가상화폐(암호화폐)를 둘러싸고 규제성 발언을 쏟아내며 가상화폐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반발이 빗발치자 "가상화폐 불법행위는 차단하고, 블록체인은 지원·육성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 자체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무지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는 서로 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나온 정부 관계부처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정부는 가상화폐 투자를 일종의 ‘투기’로 보고 있다. 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은 15일 "가상화폐는 ‘법정화폐’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박상기 법부무 장관은 "가상화폐는 가치 없는 돌덩어리"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문제는 가상화폐라는 용어 때문에 빚어지는 ‘화폐’로 해석하는 데서 발생하는 오류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로 부르며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가상통화라고 표현하고 있고, 박 장관은 한 발 더 나아가 "가상증표 정도로 부르는 게 정확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용어 자체가 뚜렷하게 정립되지 않은 탓이다.

가상화폐(암호화폐)의 영어 표기는 ‘Cryptocurrency’다. 암호화된 화폐의 개념이다. 그러나 화폐(Currency)라고 표현하고 있어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상 가상화폐 자체가 ‘화폐’로서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가격의 변동성이 심한 탓에 ‘1달러=1테더(Tether)’의 가치를 갖도록 만들어진 USDT 코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러 가상화폐들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블록체인은 거래기록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중앙집중형 서버에 기록을 보관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거래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동일한 거래기록을 생성해 주는 ‘탈중앙화(Decentralized)’ 기술이다. 이렇게 생성된 거래기록은 암호화·불록화돼 모든 사람이 공유하게 된다. 중앙집중화된 서버의 경우 한 곳만 공격하면 해킹이 가능한 반면, 블록체인 기술에서는 모든 참여자들이 장부를 공유하는 만큼 동시에 과반 이상의 조작을 하기 어렵다는 장점도 부각된다.

▲(사진=픽사베이)


다만 ‘탈중앙화’를 위해 블록을 지속적으로 생성, 분산저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시스템 유지 과정이 비트코인에서는 채굴(Mining)이라 부르며, 채굴에 대한 대가로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받게 되는 것이다. 총 2100만개로 한정된 비트코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채굴 가능한 수량이 줄어들게 되고, 채굴 난이도 역시 높아지게 된다.

블록체인을 사용한 첫 번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송금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탓에 ‘블록체인=가상화폐=비트코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중앙화된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 탈중앙화가 가능하다면 다른 여러 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파워렛저(POWR) 코인은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유도하며, 개인 간 에너지 거래가 가능하게 한 블록체인 기술이다. 이런 거래에 파워렛저 코인이 사용되며, 현재 뉴질랜드와 호주 등의 전력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애드엑스(ADX)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광고 플랫폼 가상화폐다.

국내에서 개발한 메디블록(MED)은 의료기술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사례다. 개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후, 맞춤 의료를 지향하고, 기존 환자의 정보수집과 지역별 의료격차를 해소시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얼마 전 슈퍼루키로 떠오른 트론(TRX)은 게임산업에 블록체인을 연결한 가상화폐이며, 솔트(SALT)코인은 가상화폐를 담보로 현금을 대출해주는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모두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유지를 위한 채굴 보상으로 코인이 주어진다. 최근 들어서는 주식공개(IPO)처럼 코인공개(ICO)를 통해 초기 투자금을 모으기도 한다. 가상화폐는 ‘화폐’라기보다는 전 세계 어디서나 거래 가능한 ‘블록체인 주식’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상관관계를 무시한 채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런 코인의 성장가능성에 투자하는 초기 투자자들을 투기꾼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이런 정부의 말 한 마디에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국내 투자자들이 애꿎게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과 관련해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구분하라? 그게 대한민국 독자 프로젝트냐? 우리가 분리한다고 분리되나? 좀 주제들을 알았으면 한다. 그런 힘이 있으면 SNS 먼저 발명해 놓고도 페이스북에 주도권 넘기고 UCC 회사 먼저 시작하고 유튜브에게 넘겼겠냐? 글로벌한 것은 글로벌한 것이다. 원한다고 다 할 수 있으면 왜 우리가 세계 최강이 아닐까?"라고 비판하며 "암호화폐(가상화폐)는 스마트화폐다. 스마트폰이 이전의 폰과 다른 만큼 가상화폐도 기존 화폐 그 이상의 진화다"라고 가상화폐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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