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로 집값 잡는데 한계 드러나고...강남과 전국 집값 연결고리도 약해

서울 영등포구의 주거지역.(사진=신보훈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신보훈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뒤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 강남 집값 잡기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회의도 커지고 있다. 강남 집값이 상승할 때마다 ‘전국 규모’의 고강도 규제를 언급하면서 겁을 줬지만 실제 효과는 보지 못하면서 전방위로 규제하는 식의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거세지고 있다. 본지의 분석 결과 강남의 집값 상승 양상과 원인이 타지역과 다른데 하나의 처방만 고집하는 것은 증상이 다른 환자에게 같은 치료법을 적용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16일 에너지경제신문이 부동산114에서 조사한 서울시 25개 자치구 아파트의 1m²당 매매가격을 분석한 결과 8·2 부동산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작년 7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강남, 송파, 서초구의 평균 가격 상승폭은 44만 7000원으로, 2016년 12월 말부터 작년 6월 말까지 상승폭인 42만 2000원보다 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역대급’ 규제책을 쏟아내며 시장을 옥죄였지만, 강남 3구의 집값을 잡는 데 실패한 셈이다.


◇ 강남과 非강남, 가격 상승요인 달라


주목할 만한 점은 강남 3구의 집값 상승폭이 커지는 동안 나머지 22개 자치구의 가격 상승폭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2016년 말부터 작년 6월 말까지 강남 3구를 제외한 22개 구의 평균 집값 상승폭은 20만 1000원이었지만, 작년 7월부터 12월 말까지 평균 상승가격은 16만 7000원에 불과했다. 강남 집값 상승폭이 커지는 동안 나머지 22개 구의 상승폭이 줄어든 현상은 강남 집값이 오르면 서울-수도권-전국 집값이 따라 오른다는 연결고리가 정부의 ‘믿음’과 달리 느슨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최근 가장 가파른 상승폭을 보인 자치구는 성동구, 광진구, 양천구로 모두 1m²당 30만 원 넘게 올랐다. 7월 이전 6개월간 큰 상승폭을 보인 지역은 종로구, 강동구, 성동구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의 가격 등락은 강남 집값과는 별개로 움직였다. 종로구의 경우 광화문, 시청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고, 강동구는 9호선 고덕역 연장 호재와 주거단지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상승폭이 증가했다. 성동구는 ‘아크로 서울포레스트’가 10년 만에 최고 분양가를 갱신하면서 주변 지역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줬고, 삼표 레미콘 공장 이전이 확정되면서 주거 여건 개선에 대한 커진 기대감이 작용했다. 모두 ‘단발성 원인’에 의한 ‘국지적’ 상승이었다.

반면, 강남 3구의 가격 상승 요인은 공급 부족, 강남 8학군의 가치 상승, 일자리 쏠림 현상 등 타 지역과는 원천적으로 달랐다. 강남의 집값 상승의 원인을 다른 지역의 원인으로 확대 적용해 ‘한꺼번에 때려잡는 규제’의 유혹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김현수 교수는 "강남 집값을 잡아야 서울 집값을 잡고, 서울을 잡아야 수도권과 전국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등식은 이제 성립하지 않는다"며 "강남은 주택 시장의 문제가 4차 산업혁명 의한 AI 기반, 방송, 소프트웨어 등 고급 신성장 산업 일자리가 모이는 곳이다. 강남을 서울 25구 중 하나가 아니라 따로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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