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2조 에너지신산업펀드’ 유명무실…1년간 투자 無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1.17 15:24

[에너지경제신문=이아경 기자] 한국전력이 출자한 에너지신산업펀드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올해 말까지 2년간 총 2조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겠다고 밝혔으나, 1년이 지난 현재 첫 출자금액인 5000억원에 그친 상황이다.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은 하위펀드에 대한 출자 외에는 1년 동안 한 곳도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이 출자한 5000억원 규모의 에너지신산업펀드는 상위펀드와 하위펀드로 구성된다. 상위펀드는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이 직접 개별기업과 프로젝트 단위에 투자하며, 하위펀드는 위탁운용사 선정을 통해 에너지 신산업 초기기업과 성장기업에 각각 투자한다. 투자 대상은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비롯한 전기차, 스마트카, 스마트그리드 등 신산업 분야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은 1년간 직접 투자한 이력이 전무했다. 약정이 체결된 건은 없으며, 현재 수요조사 등 10여 건의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위펀드의 경우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이 지난 6월 LB인베스트먼트, BSK인베스트먼트(구 슈프리마), 송현인베스트먼트를 하위펀드 운용사로 선정하고 총 1250억원을 출자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 출자금액을 바탕으로 펀드 설정을 마쳤으며, 현재 투자처를 찾고 심사하는 단계에 돌입했다. 송현인베트스먼트 관계자는 "지난해 말 펀드 조합을 결성했고 현재 투자할 만한 기업을 소싱하고, 제안이 들어오는 회사는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에너지신산업펀드는 현재 투자 대상을 찾는 초기단계로 올해 말까지 2조 규모로 커지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당 펀드는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이 추가 출자를 요청하면 한전이 자금을 더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5000억원도 채 굴리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전 내부에서도 올해까지 2조원을 채우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회사 이사회 방침은 5000억도 큰 규모니, 먼저 이를 투자해보고 성과를 점검한 후 그 이후에 결정하자는 것"이라며 "2조원 출자는 현실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펀드의 부진이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신산업펀드 계획은 2016년 정책 사업으로 추진된 만큼 당시 이사회에서나 국정감사에서도 ‘부실사업’이라는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한전은 출자만 하고 투자의사결정은 자산운용사만 할 수 있다. 펀드에 대한 한전의 지분은 9.9%에 불과하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투자자는 운용사한테 구체적인 지시나 요구를 할 수 없다. 

한전 이사회 의사록에서도 금융업에 대한 내부적 역량이 없는 상황에서 2조원의 출자가 가능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으며, 공문 한 장 남기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국감 당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이었던 홍익표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정권도 바뀌었고, 당시 이 펀드 조성을 계획했을 때보다 한전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재무상황도 변했다. 올해 안에 2조원 출자는 어렵다고 본다"며 "과거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은 국내 신산업 파이 자체가 크지 않아 돈을 푼다고 해도 이걸 가져갈 업체가 많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전은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따져야 하기 때문에 투자처를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해당 펀드의 목적은 신산업 육성, 생태계 조성이기 때문에 잘 안되는 부분에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워낙 큰 돈이고 범위가 넓다 보니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조성 목적에 맞게 투자하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검토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펀드 활성화를 위해 올해 실제로 자금이 필요한 중소, 벤처들에게 지원을 주려고 고민 중"이라며 "작년까지는 준조성 단계였다면, 올해부터는 한전도 투자자로서 지원자 역할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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