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來 최고치 찍은 아연, 어디까지 오르나…수요 ‘쑥’ 재고 ‘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1.19 12:23


clip20180119104447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아연(zinc)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랠리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주목된다. 철강재 부식방지 성질을 가진 아연은 자동차 강판이나 강관 등에 주로 사용된다.


18일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아연 가격은 이달 15일 기준 1톤당 3474달러로 2007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 기록은 1톤당 4580달러(2006년 11월)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17일 1톤당 3410달러로 하락하긴 했으나, 여전히 10년래 가장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아연 가격이 최근 급등하는 이유는 공급 차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올해 세계 경기 전망이 밝아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재고도 급격히 줄었다. LME 창고 재고는 지난 15일 기준으로 18만150톤으로 2008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상하이 거래소 재고도 최근 1년 6개월 사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세계 모든 거래소의 창고 재고 합계는 연이 18만4000톤으로 연초보다 18% 감소했고, 아연은 24만9000톤으로 57%나 줄어들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아연 공급이 차질을 빚는 이유는 세계 아연 광석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이 환경문제로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호주의 ‘센츄리(Century)’ 광산, 아일랜드 ‘리신(Lisheen)’ 광산 등 대형 광산도 문을 닫았다. 세계 최대 원자재업체인 글렌코어는 LME 거래 가격이 낮아지면서 수익성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생산량 조정에 나섰다.

씨티그룹은 "올해도 중국이 공해를 많이 유발하는 아연 스크랩 재생 공장 가동을 억제할 것"이라며 "정련아연 수입량이 늘어나서 특히 성수기인 2월과 6월 사이에는 2~3주치 분으로 재고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에 55만톤, 올해 35만톤의 아연 공급 부족이 전망되는데 2018년 말이나 2019년이 되어야 아연 신규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골드만삭스 역시 단기적으로 아연 가격의 강세를 전망했다. 아연에 대한 수요는 상당하지만 투자 부족으로 인한 공급 이슈가 오히려 시장에 더 크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아연 가격 강세에 국내 최대 비철금속 제련업체인 고려아연의 올해 실적이 대폭 좋아질 전망이다.

1974년 설립된 고려아연은 계열사인 영풍과 함께 국내 아연 시장에서 점유율 88%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누적 아연 수요 38만5018톤 중 33만7618톤을 공급했다. 아연 외에도 산업용 배터리나 전선피복에 사용되는 연(납), 황동·동파이프 등에 쓰이는 동(구리), 금·은 등 귀금속, 인듐·니켈?팔라듐 등 희소금속 등을 생산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작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67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고려아연의 연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24.6% 상승한 1조136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아연가격 상승과 아연 생산 확대, 효율화 투자를 통한 생산비용 감소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아연 가격 상승으로 올해 매출은 크게 늘지만, 이익 증가폭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LME 거래 가격이 높아지면 원료 구매도 부담되기 때문이다. 또 아연 공급이 부족해 광산업체가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는 점도 부담이다.

비철금속업계에서는 아연 가격보다 제련수수료(TC)가 고려아연 수익성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TC는 광산업체가 제련업체에 광물을 팔 때 운송?제련비용 등을 깎아주는 비용을 말한다. TC가 줄면 제련업체가 사오는 가격이 오르게 되는데, 지금처럼 아연 공급이 적을 땐 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광산업체가 주도권을 쥐고 TC 협상을 진행한다.

비철금속업계 관계자는 "최근 아연 가격이 치솟으면서 광산이 생산량을 늘릴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공급을 재개하더라도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최대 올해 3분기까지는 공급 차질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상희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