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판교 본사 전경. (사진=에너지경제신문) |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온라인게임 맏형’ 엔씨소프트가 ‘유료게임’ 자존심을 재차 내려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2016년 말 ‘블레이드앤소울’에 이어 최근 회사의 또 다른 대표작 ‘아이온’에 대해서도 월정액제 모델을 폐지하고 무료 게임 전환이라는 큰 결정을 내렸다. 이는 2008년 이 게임 출시 이후 내린 가장 큰 변화다. 엔씨소프트의 잇단 온라인게임 무료화 전환이 이 회사의 부진한 온라인게임 실적을 반등시킬 묘수가 될지 주목된다.
◇ ‘블레이드앤소울’ 이어 ‘아이온’도 무료 전환
무료화 전환이란, 게임 접속은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는 대신 아이템 등을 팔아 매출을 올리는 방식을 말한다. 기존 월정액제 방식에선 매달 결제를 하지 않고선 게임에 접속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월정액제 게임을 무료로 돌린 것에 대해 ‘결단’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여기엔 단순히 게임을 무료로 배포, 기본으로 담보되던 매출을 포기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새로운 정책 시행을 위해선 기존 이용자들과의 캐릭터 및 장비 밸런스 재조정부터 비즈니스 모델(BM) 재설계 등 사실상 게임 전체를 뜯어 고쳐야 한다.
또 무료화 결정의 궁극적 목표가 재기를 위한 발판 마련인 만큼 이는 곧 게임 인기의 쇠퇴를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온라인게임 맏형’ 엔씨소프트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아이온’의 무료화 도전은 성공적인 첫 발을 뗐다.
부분유료화 전환 이후 하루 만인 지난 18일 PC방 점유율(게임트릭스 기준) 9위로 뛰어 오른 이후 현재까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아이온’이 10위권 내에 진입하기는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무료화 전환과 이에 따른 업데이트 직전까지는 19위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 게임의 이용자 지표 상승은 무료화 전환을 통한 이용자 접근성 확대와 대규모 콘텐츠가 동시에 업데이트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7일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 내 종족인 천족과 마족이 대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전투필드 ‘라크룸’을 선보였다. 또 신규 인스턴스 던전 ‘프로메툰 공방’과 요새전 및 기지전도 해당 지역에 추가했다.
이 외에도 최고레벨 확장, 신규 서버를 추가하는 등 새로운 놀거리를 제공한 점이 신규유저 및 휴먼유저 유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아이온’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이용자 급증으로 5000명 이상의 대기열이 발생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면서 "더 많은 이용자들이 ‘아이온’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난 18일 서버를 추가로 오픈하는 등 원활한 게임환경 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 온라인게임 ‘문턱’ 낮추기 안간힘
▲(사진=엔씨소프트) |
‘아이온’은 2011년 ‘리그오브레전드’의 국내 출시 전까지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을 독주해 온 대표적인 흥행게임으로 꼽힌다.
국산게임 최초로 160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란 대기록을 작성하고 시장을 이끌었지만, 결국 무료 게임이란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그 사이 ‘아이온’의 실적도 대폭 쪼그라들었다. 2010년 2617억 원 수준이던 ‘아이온’ 연매출(로열티 제외)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343억 원으로 폭삭 가라 앉았다. ‘아이온’의 거듭된 실적 하락이 무료화 결정의 기폭제가 됐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또 앞서 무료화를 적용한 ‘블레이드앤소울’ 역시 무료화 전환 이후 매출이 소폭 반등했었다는 점에서 ‘아이온’의 도전도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재 국내시장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 중 90% 이상이 무료 기반의 부분유료화 게임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국내 게임사 가운데 월정액제로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1’과 ‘리니지2’만 남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리니지1·2’가 게임서비스에 따른 자연감소, 모바일게임 ‘리니지M’ 흥행 등으로 예전 만큼의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게임에 대한 무료화 전환 가능성도 점치고 있는 분위기다.
또 이미 '리니지'는 중국과 일본, 대만에서, 그리고 '리니지2' 역시 앞서 3개국과 함께 러시아/유럽(라이브서버), 북미에서 부분유료화 방식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다만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아직까진 한국에서 '아이온' 이후 다른 게임에 대해선 무료화 전환 논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올해 리니지 시리즈의 최신작인 온라인게임 ‘프로젝트TL’과 모바일게임 ‘블레이드앤소울2’, ‘리니지2M’, ‘아이온 템페스트’ 등 4종의 MMORPG를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