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삼성전자, 액면분할 효과는 수익성이 동행해야 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2.01 10:53

[에너지경제신문 김순영 전문기자]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더 많은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수 있고 배당 혜택도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증시에서는 단기적으로 주가 부양과 유동성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과 같은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수익성 증가가 반드시 병행돼야 장기적인 효과도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5000원에서 100원으로 액면분할…주주가치 제고· 유동성 확대

삼성전자가 31일 1주당 5000원을 100원으로 액면분할을 발표했다. 총 발행주식수는 1억2800만주에서 64억1천만주로 변경되며 매매거래 정지기간은 4월25일~5월15일, 신주 상장 예정일은 5월16일이다.

액분요약_KB

▲삼성전자 액면분할 주요사항 (자료=KB증권)


삼성전자는 이번 액면분할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하기 위해 시행하기로 했다. 작년 주가 상승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고액이 부담이라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액면 분할을 실시할 경우 더 많은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고, 배당 혜택이 더 많은 사람에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 액면분할, 주가와 거래량 증가 이끌어…‘애플’ 사례 가장 이상적

국내외 상장기업들은 액면분할 또는 주식분할 방식을 통해 주식 유동성을 늘리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애플은 이를 잘 이용하는 기업이다. 애플은 지난 1987년, 2000년, 2005년, 2014년 네 차례에 걸쳐 액면분할(주식분할)을 단행했는데 보통 주가가 오르면 거래량이 감소하지만 액면분할 이후 거래량이 증가하며 주가 상승의 효과를 거뒀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애플이 액면분할(주식분할)을 결정했던 2014년 당시 거래소에서는 ‘국내·외 액면(주식)분할 사례 분석을 통한 초고가주 특징 및 시사점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액면 분할은 주가 및 거래량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액면분할 전후로 주가상승 기대와 거래량 증가 등으로 인해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증가시켜 주식시장을 활성화했다는 설명이다.

코스닥 시장 회전율이 유가증권 시장보다 높은 원인은 액면분할 회사수가 월등히 많아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접근성이 매우 유리한 것에 기인했다는 분석도 함께 하고 있다.

2014년당시 주식분할

▲자료=거래소 2014년 보고서


또 미국과 일본기업 등 선진국 우량주들의 경우 주주가치 우선정책 측면에서 주식 분할을 수시로 실시해 고가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와 애플도 비교하고 있는데, 당시 애플은 주식 분할을 통한 주가관리와 배당확대로 주가와 거래량에서 삼성전자보다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_애플비교

▲자료=거래소 2014년 보고서


키움증권에서는 지난 2016년 롯데제과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액면분할을 했으며 당시 주가는 액면분할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음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액면분할이 이뤄지면 일반적으로 개인들의 매매가 활발해져 주가상승 효과를 거둘 수 있고 그만큼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 고가주들의 문제는 배당을 확대해도 소액투자자들에게 돌아가지 않을 경우가 많지만 액면분할로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이 쉬워져 소액투자자들의 배당투자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수익성 이어지지 않는다면 효과는 단기적…‘아모레퍼시픽·SK텔레콤’

다만 액면분할 효과에 대해 보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지난 2000년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액면 분할했던 SK텔레콤은 두 달 만에 37만원으로 25% 가량 올랐지만 1월31일 종가는 26만 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SK텔레콤액면분할

▲자료=거래소 2014년 보고서


지난 2015년 아모레퍼시픽은 5000원인 액면가를 500원으로 분할하며 380만 원대였던 주가가 38만원대가 됐다. 분할 직후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두 달 만에 45만원대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다만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1월31일 종가는 29만9500원을 기록했다. 실적 성장을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 미국에서 액면분할 사례 감소…고가의 주가는 ‘강력한 기업 위상’

최근 미국기업들은 액면분할(주식분할) 카드를 자주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1월31일(현지시각) 종가로 1450달러의 고가주인 아마존은 그동안 3차례의 액면분할(주식분할)을 했었지만 이번에는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은 듯 하다.

최근 열린 아마존 주주총회에서 제프 베조스 창업자겸 최고경영자(CEO)는 주주로부터 액면분할 계획에 대해 질문을 받았지만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분석에 의하면 대기업이 과거와 달리 액면분할을 꺼리는 이유는 높은 주가가 기업의 강력한 위상을 보여주는 이미지 효과 때문이며 소액투자자들이 집중될 경우 배당 요구와 경영참여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KB증권에서는 이번 삼성전자 액면분할이 기업가치에는 영향이 없지만 향후 투자자 저변 확대에 따른 유동성 증가 측면에서 수급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시후 평균주가_KB

▲액면분할 공시 이후 평균 주가흐름 (자료=KB증권)


◇ 주가부양 의지·수익성 전략 확인…주주환원정책·수익성 병행되어야


NH투자증권은 이번 액면분할 결정으로 삼성전자가 여전히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가 명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작년보다 디램투자를 늘리면서 삼성전자의 경영전략이 수익성에서 경쟁 위주로 전환했다는 시각이 많다고 언급했다.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주식분할이나 자사주매입 등의 주주 환원정책과 수익성 증가가 반드시 담보되어야 하는데 수익성 위주에서 경쟁 위주로 바꾼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했을 때 향후 삼성전자의 디램 등 메모리 부문에 대한 경영전략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수익성 위주의 전략으로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이번 액면분할 결정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의 경영 기조가 여전히 수익성 위주라는 것으로 액면분할 이후에도 자사주 매입 등의 주주 환원 정책과 함께 수익성 증가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적과주가_KB

▲삼성전자 영업이익 VS. 삼성전자 주가 추이(자료=KB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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