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의 거센 무역공세에 직면한 중국이 태양광·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에 대한 양자협의를 미국 측에 요청하며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선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대중국 무역보복이 임박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6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세이프가드 협정을 어겼다"며 양자협의 요청서(Request for Consultations)를 WTO에 제출했다.

이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는 국가가 실질적 이해관계가 있는 수출국에 충분한 사전협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한 세이프가드 협정 12.3조에 따른 것으로, 회원국은 협정에 따라 양자협의를 요청할 경우 WTO에 통보해야만 한다.

아울러 중국은 협정 8.1조에 따라 세이프가드에 따라 중국 무역에 발생하는 부정적 효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미국 측에 협의를 요청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으로 미 국내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며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의 발동을 지난달 최종 승인했다.

미국의 조치는 중국이 한국과 함께 태양광과 세탁기의 주요 수출국임을 고려할 때 중국을 겨냥한 무역공세의 하나로 해석됐다.

하지만 중국이 양자협의를 통해 세이프가드의 완화와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청하면서 중국이 미국의 무역공세에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섰다는 해석이 대두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앞서 중국은 미국에서 수입된 수수에 대해서도 반덤핑 조사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히며 대대적인 무역 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양국 간 양자협의가 불발될 경우 중국이 WTO DSU에 따른 제소에 나설 가능성도 크게 점쳐지고 있다.

미국 측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미국이 사상 최대의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미 행정부의 대중국 무역보복이 임박했다고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경고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커틀러 전 부대표는 전날 뉴욕에서 열린 ‘아시아 소사이어티’ 주최 포럼에서 이 같은 경고를 내놓았다.

그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적인 신뢰를 받고 있으며, 지금껏 내가 일했던 공화당, 민주당 행정부와 매우 다른 시각을 가진 초강경파"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가 강요된 기술 이전과 지식재산권 침해 등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이상, 중국에 대한 조치가 임박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미 행정부는 이미 여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지난해 8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가 끝나면 미 기업이 본 피해에 상당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의 대중국 무역보복에는 재계도 힘을 싣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 토머스 도너휴 회장은 SCMP에 "백악관이 중국의 산업 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옳다"며 "여기에는 중국의 시장 접근 제한, 보조금, 인터넷 정책, 강요된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절도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돼서는 안 되지만 우리는 영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유럽, 일본 등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 중국의 국가 사회주의에 대해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할 때 언론, 통신, 금융, 자동차 등 중요 산업에서 외국인 소유 지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을 얻어냈다.

이에 따라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은 불가피하게 중국 국영기업 등과 합작기업을 설립해야 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기술 이전을 강요받는다고 미국은 주장한다.

당초 미국은 중국 시장을 노려 이러한 관행을 묵인했으나, 세계 시장에서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의 급부상에 위협을 느끼면서 최근에는 이러한 관행의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3752억달러(한화 약 406조원)로 전년 대비 8.1%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지만, 실패로 끝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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