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전기는 북방 프로젝트 가운데 1번 보고일 정도로 중요한 사안
동북아도 그리드 연결 문제에 '열심'
단, 러시아는 북한 통과가, 일본은 전력시장 구조가 장애물
한-중 우선 연결이 실현 가능성 가장 높아
국가간 협의와 전력기업간 실증연구 병행 계획
단 한-중 연결에서 그치면 의미 퇴색...궁극적으로는 관련국 모두 연결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동북아의 청정에너지 공동 활용 및 국가 간 협력강화를 위해 지난해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 직접 제안한 ‘북방경제 9-브릿지(Bridge)’ 가운데 1순위로 언급한 동북아수퍼그리드 개념도. 자료=북방경제협력위원회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동북아슈퍼그리드(Super-Grid)는 문재인 대통령이 동북아의 청정에너지 공동 활용 및 국가 간 협력강화를 위해 지난해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 직접 제안한 ‘북방경제 9-브릿지(Bridge)’ 가운데 1순위로 언급한 미래 국가 전력 중심 프로젝트다. ‘북방 전기 협력’의 핵심이기도 하다.

몽골 및 러시아의 풍부한 천연·친환경 자원을 이용해 생산된 전력을 역내 대수요처 국가 (한국, 중국, 일본)에 공급하자는 구상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기존 석탄·원전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한 방침과 맥을 같이한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에너지전환 로드맵에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로 확대하는 ‘재생에너지 3020’프로젝트가 포함됐으며 그 방안의 하나로 ‘동북아슈퍼그리드’가 제시됐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북방위) 송영길 위원장도 "동북아그리드는 9브릿지 정책 중 가장 시급하면서도 조속한 실현이 가능한 분야"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력망 연계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몽골도 자국의 엄청난 재생에너지 자원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찬성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국가전략인 일대일로(一大一路) 차원에서 다룬다. 이를 통해 내부 전력불균형을 해소하고, 잉여전력을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수 년 간 발전 설비를 늘렸으나 성장 둔화로 잉여전력도 따라서 늘어나는 게 고민이다. 그만큼 적극적일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런데 러시아·일본은 다르다. 러시아는 북한핵이, 일본은 전력시장 구조가 문제다. 극동 남부지역에 20∼30억 kwh의 전력 수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는 몽골, 중국, 북한 등 국경을 접한 모든 나라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남한에는 북한을 통해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지만 ‘북한 핵’ 에 막혀 전진을 못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력 소비 가격이 한국이나 중국보다 두배 이상 비싸지만 시장이 10개 전력회사에 과점돼 있다는 게 큰 장애물이다. 몽골과 러시아의 저렴한 전기가 자국 시장에 유입되면 소비자에겐 좋지만 전력회사들은‘이윤이 줄어’ 곤란해진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몽-중-한-일’‘러-일-한’ 연결망 구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전력회사들이 반발하고 아베 총리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사업 추진의 동력이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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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말 북방위 유럽 방문단이 찾은 벨기에 브뤼셀 소재 유럽 슈퍼그리드 회사 엔초 E(ENTSO-E)의 수잔 니스 전략 및 홍보담당 이사는 "수퍼그리드는 지도자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조언했으며, 송영길 위원장은 "한-중 지도자에겐 정치적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일본처럼 전력시장이 민간화 돼 있지 않고 정치적 의지도 있어 추진 동력이 강하다. 지난 달 말 북방위 유럽 방문단이 찾은 벨기에 브뤼셀 소재 유럽 슈퍼그리드 회사 엔초 E(ENTSO-E)의 수잔 니스 전략 및 홍보담당 이사도 "슈퍼그리드는 지도자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와 정치인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며 정치적 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당시 송 위원장은 "한-중 지도자에겐 정치적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과 동행한 3명의 의원들도 "정치적 의지가 강한 한-중에서 시작해 일본으로 확대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5개국 가운데 협력의 속도감은 한·중간에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슈퍼그리드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북방위의 유럽슈퍼그리드 순방에 동해한 문봉수 한전 전력계통본부장은 "한-중 슈퍼그리드 구축은 정부간 협의는 물론 양국 기업과 연구소 의 공동연구를 통한 기술적·경제적 부분의 구체적인 백 데이터 구축이 병행되야 한다"며 "설비 투자와 송전 경로는 물론, 중국 전력의 KW구매가격, 한국의 도·소매 전력 가격 등과 관련된 문제는 실증 연구를 통해 기본을 만든 뒤 ‘한국정부와 한전’이 한 팀이 돼 중국 정부와 전력업체와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기술적 측면 외에 안보적 측면, 법 개정과 관련된 부분, 국민정서 등도 면밀히 따져야 한다"며 "기존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한-중 슈퍼그리드가 연결돼도 러시아와 일본이 동참하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민대 이상준 교수는 “한-중 우선 연결이 동북아슈퍼그리드의 실현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은 맞다”면서도 “몽골의 태양광·풍력 등 재생 에너지가 중국과 연결도지 않으면 중국의 화력·원자력 잉여 전력을 수입하게 돼 친환경에너지 전환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방향에 맞지 않고, 황사의 동조자라는 비판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다자 연결이 필수이며 이러한 방향으로 동북아 슈퍼그리드 연결이 이어지도록 정부차원의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러시아, 일본과는 중국같이 추진되고 있다고 할 만한 건이 없다. 한전과 로세티(러시아의 한전 같은 회사)간에 임원급 면담이 이뤄지고, 일본 소프트뱅크 등 전력회사들도 한전과 매주 컨퍼런스콜을 하지만 공식 수준은 아니다"며 "대 중국 상황의 진전이 가장 크지만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은 관련국 모두를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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