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호 과학칼럼리스트


김송호
인공지능에 의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인지 늘어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어느 주장이 옳은 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인공지능 시대에는 일자리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점이다.

수렵채집사회, 농경사회, 산업사회에서의 일자리 패러다임이 다르듯이 인공지능 시대의 패러다임도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일자리에 대한 개념은 주로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으로 일자리 문제를 바라본다면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 문제는 풀 수가 없다. 인공지능 시대에 맞도록 일자리 패러다임을 이해한 다음에야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일자리 숫자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 바뀐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정규직 일자리보다는 비정규직 일자리의 비율이 늘어나게 된다.

세계경제포럼은 2016년에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라는 보고서에서 "유연한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협업하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갈파했다. 물론 인공지능 시대에서의 비정규직 일자리는 산업사회에서의 비정규직 일자리와는 약간 다른 개념이다. 인공지능 시대 기업들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이용해 수익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비정규직이지만, 이를 구분해 독립형 일자리 혹은 ‘긱워크(gig work)’라고 부른다.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 문제에 대비하면서 가장 큰 장애 요인 중 하나는 우리가 산업사회의 일자리 개념에 너무 익숙해 있다는 점이다. 사실 전적으로 노동력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산업사회 이전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문제는 우리가 인간적인 삶을 포기하고 노동을 팔아 경제적인 안락을 추구하는 전일제, 정규직 임금 노동에 익숙해지다 보니, 이제는 그런 일자리를 선호하게 되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서 인간이 기계처럼 반복하던 업무를 기계가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이 기계처럼 대접받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시대가 되어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고 반발할 게 아니라, 인공지능이 인간을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을 바꿔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일자리에 대한 개념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기업과 정부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현재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의 몫과 플랫폼 효과에 의한 이익을 기업이 모두 챙기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일반화되고 있는 긱 이코노미와 네트워크 생산은 기업이 부담은 외부화하고 이익만 챙기도록 돕고 있다.

기업은 긱 이코노미와 플랫폼 효과에 의해 외부화한 임금인상, 공적 부담(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부담 등)이나 복지제도에 대한 부담을 더는 대신에 노동자들에게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도 기업과 직원들이 상생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기업 자본이 인공지능으로 인한 이익을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가 긱 이코노미 등으로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 기본소득 제도 등을 조기에 도입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게 되면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일을 해야 먹고산다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아실현 경제가 실현되는 풍요로운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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