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창업휴직, 월급쟁이를 창업전선으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2.1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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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 팀터바인 팀장

스타트업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컨설팅을 재능기부 하기 위해 많은 스타트업을 만나왔다. 그 중에는 아직 학생인 대표들도 있고, 학교 졸업 후 취업전선 대신 창업전선에 뛰어든 이들도 있다. 그리고 의외로 현재 번듯한 직장에 재직 중이거나, 직장을 나와 창업을 한 이들도 있다. 다양한 경우와 변수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현재 기업에 재직 중이거나 기업에 있다가 나와서 창업을 준비하는 대표들 중에 참 뛰어난 인재를 많이 봤다.

스타트업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사업 아이템을 잘 살펴봤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이 정말 신선하고 발랄한 아이디어로 세상에 없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있는 반면, 배달의민족이나 직방과 같이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아이템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해 새로운 프레임을 입히는 경우도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기업 생활과 같이 딱딱한 조직문화나 틀에 박힌 듯한 업무가 도움이 될 것이 크게 없어 보이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사회생활과 조직생활을 통한 특정 산업에서의 업계 관행 숙련 등의 경험이 중요한 요소로 적용될 수 있다. 즉 기업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대표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특정 산업에서의 경험 외에도, 직장 경험이 있는 대표들은 스타트업이 진행됨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행정상의 업무나 기본적인 서류 작업 등에서도 뛰어난 업무역량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수년간 숙련된 업무를 통한 산업과 시장에 대한 이해로 남들이 쉽게 보지 못하는 틈새와 기회를 포착하는 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에 속한 직장인들이 창업을 하기에는 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창업할 때와는 다른, 더 깊고 진지한 고심과 큰 용기가 필요하다. 말이 좋아 고심과 용기지, 사실상 직장을 나와 창업하는 이들은 인생을 거는 ‘건곤일척(乾坤一擲)’ 수준의 모험이다.

보통의 경우 직장 생활을 통해 충분한 경험이 쌓여 소위 말하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발휘될 수 있는 입사 4~5년차의 대리가 되면 결혼도 했고, 아이가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인재들이 시장에서 좋은 틈새 기회를 발견했다고 해서 당장 ‘회사를 나가서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을 가지기는 매우 어렵다.

이들이 창업을 하는 여정에는 기본적으로 창업 자체에 따르는 수많은 위험에 더해 현재 커리어를 포기해야 하는 위험과 창업 실패 시 경력 단절에 대한 위험이 더해지니 범인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수위를 훨씬 넘어서는 일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창업휴직’ 제도가 있으면 어떨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육아휴직과 같이 다니던 직장을 나가지 않고도 창업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직장인에게 주는 제도가 있으면 한다. 휴직을 쓴 직장인이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다니던 직장에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보험이 있다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창업 활성화가 일어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창업휴직을 사용한 직원이 창업에 성공한다면 최근 유행처럼 퍼져 나가는 개방형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의 기회를 열 수 있고, 실패를 하고 돌아오게 되더라도 이미 대표의 입장에서 스타트업을 경영해본 경험이 있는 유능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물론 최근 몇몇 기업에서 ‘사내벤처제도’를 통해 기업 내 직원들을 모아 스타트업을 만들고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이 경우 대부분의 사내벤처기업이 해당 기업의 산업에 종속되는 아이템만을 취급해 진정한 의미의 개방형혁신을 이루기 어렵다.

또한 ‘월급쟁이는 혁신을 이룰 수 없다’는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대표의 말처럼, 기업 고유의 문화와 수직적인 결재 시스템 안에서는 스타트업의 꽃이라 말할 수 있는 ‘스피드’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창업휴직 제도를 만들고 기업 내 뛰어난 창업가정신을 가진 인재들에게 실제 스타트업이 뛰는 곳에서 실제 스타트업으로 한번 뛰어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지난 수년간 천문학적인 정부 예산이 ‘한국에서도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을 만들어보자’라는 취지 하에 스타트업에 쓰이고 있다. 이에 더해 다양한 정책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 한국 창업 시장도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더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정책과 예산 사용으로 더 많은 인재에게 창업의 기회가 제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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