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경제협력ㅣ9-브릿지 사업진단 ③] 중국, 러시아 손잡고 '북방 개발'에 사활 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2.13 08:24

韓·中 북방 경영 비교

▲지난 7일 중국 헤이룽장성의 수도 하얼빈에서는 ‘중국-러시아 지방교류협력의 해’ 개막식이 열린 이후 양국의 정부간위원회가 개최됐다. 사진=신화통신 홈페이지



[에너지경제신문 이종무·전지성 기자] 지난 7일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의 수도 하얼빈에서는 ‘중국-러시아 지방교류협력의 해’ 개막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하얼빈에서 열린 이유는 극동을 중심으로 한 양국의 북방 협력을 상징한다. 양국 정상은 개막식에 축사를 보냈고, 식 뒤에는 협력을 위한 실무 회의도 속개됐다. 중러의 이 같은 북방 협력은 문재인 정부가 시동을 걸고 있는 북방 협력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양국의 북방협력을 점검한다.

7일 개막식은 성대했다. 이날 개막식엔 왕양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 겸 부총리와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가 참석했다. 왕양은 상무위원으로, 트루트네프는 부총리로 각각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 문제를 담당한다. 양국은 개막식 직후 정부간위원회 회의를 열고 중국 동북부, 극동, 바이칼 등 북방지역에서의 무역과 투자, 문화 등의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지방교류협력의 해가 계속되는 내년까지 산업·농업 전시회, 세미나, 투자 컨퍼런스 등 100여 개의 행사를 개최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동방경제포럼, 러시아·중국 박람회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방침도 세웠다. 신화통신의 홈페이지 사진에 따르면 회의는 정상회담을 방불케 할 만큼 규모가 컸다.

양국 지방교류협력의 해는 2009년 처음 시작됐다. 한편 회의가 동북3성의 심장인 헤이룽장성의 수도 하얼빈으로 북방 담당 러시아 인사들을 초청한 형식을 취한 것도 중국의 북방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단면으로 풀이됐다. 이에 비해 한국의 김동연 부총리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허리펑 주임의 7일 베이징 회담은 신화통신 영문판에서 검색되지 않았다.

밀월을 거듭하면서 중국은 오래전부터 러시아의 최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됐다. 우선 교역 면에서 그렇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중국은 러시아 전체 수입의 20.9%를 차지하는 수입 1위국이다. 규모는 380억 8700만 달러(한화 약 41조 5500억 원)다. 러시아의 수출에서도 중국은 9.8%로 2위다.

대(對)러시아 투자도 중국은 단연 앞선다. 러시아 투자청에 의하면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외국인직접투자(FDI) 국으로 2013~2016년 108건을 수주했고 이 가운데 확정사업에 393억 6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분야는 에너지, 인프라뿐 아니라 자동차, 부동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우주·안보, 물류, 헬스케어, 제약·바이오, 대학교육, 학술 교류, 문화 등 거의 전 분야를 망라한다.

자동차의 경우 중-러 합작 법인이 FDI를 키워가고 있다. 일례로 2007년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중국의 오토바이·자동차 제조업체 리판(Lifan)은 2015년 3억 달러를 추가 투자해 러시아의 리페츠크 특별경제구역에 일관 조립 공정을 갖춘 공장을 건설, 지난해부터 연 6만 대를 생산하고 있다. 역시 투자청에 따르면 2013∼2016년 중국의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전체 투자는 15억 달러로 7억 달러인 한국의 두배를 넘는다.

전자상거래의 경우 시장의 효과적인 작동을 위해 양국은 새로운 법령 개발과 입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는 교역 시 자국 통화로 결제하는 외환동시지불(PVP) 시스템도 구축했다. 보통 국가간 거래는 미국 달러로 이뤄지는데 PVP는 자국 통화로 즉시 결제할 수 있어 환전 손해를 줄일 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대러 FDI는 총 30건, 54억 3300만 달러 규모다. 그나마 기계, 화학, 전자제품 등에 제한된다.

최근 주목되는 중-러 협력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맞물린 고속철 사업이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국영 중국중철그룹(CRG)은 러시아의 국영기업 JSC와 모스크바∼카잔을 잇는 고속철을 설계하기로 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카잔∼시베리아∼베이징을 연결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일대일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인민망은 2015년 5월 "중국의 고속철은 세계은행에서도 경쟁력을 인정한 만큼 설계가 이후 공사 하청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자국 고속철 수출할 곳을 찾고 있고 러시아는 낡은 교통 인프라의 개선이 시급한 만큼 철도 협력 가능성은 높다.

그런 가운데 북방은 특히 역점 대상이다. 2015년 12월 제20차 총리간 정기 회담에서는 양국이 극동지역에서 다방면에 걸쳐 보다 전략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분야로는 목재, 건설, 철강, 에너지, 조선을 비롯해 기계 제조, 화학, 섬유, 시멘트, 통신, 농업 등 중국의 ‘굴뚝산업’ 전체가 포함된다. 아직 실현은 더디지만 본격화 되면 극동이 중국 산업 기지로 전환될 판이다.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의 북방 경협은 20여 년간 지속돼오면서 실무 조직도 탄탄하다. 중국은 한국의 기재부에 해당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의 ‘국제협력부(Department of International Cooperation)’가 북방 협력을 맡으며, 러시아는 극동개발부와 극동투자유치수출지원청등 전문 기구가 전담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의 한-러 통상 전문가는 "중국과 러시아는 부처를 신설하고 부총리가 북방 문제를 다루는데 한국의 북방 문제는 현역 정치인이 정식 직제 아닌 ‘부총리급’으로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서 다뤄지고 있으며, 위원회도 대통령 임기 만료시 보통 해산되는 임시조직이기 때문에 장악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북방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반해, 한국의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와 과거보다 크게 적극적이 됐지만 여전히 중국보다 느슨하다’고 협력 당사국인 러시아에 비치고, 때문에 협력의 강도도 느슨해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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