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정녕호 한국CM협회 건설산업연구센터장

정녕호 한국CM협회 건설산업연구센터장


[정녕호 한국CM협회 건설산업연구센터장] 올해는 유난히 춥다. 날이 추워지면 으레 화재발생 빈도가 높아지나 올해는 재해수준의 사고가 유독 많은 한해인 것 같다. 자연재해나 안전사고 등으로 인한 재난은 지속적으로 있어온 문제다. 정부는 재난에 대비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정, 국가안전처 신설 등 안전관련 계획과 법률제정, 기구설립 등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재난의 빈도나 규모가 줄지 않고, 예산이 투입되는 실질적 대책에는 부족함이 많다.

안전에 관한 국민의식 수준은 더 심각하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민안전의식지수가 2001년 100점 만점에 30.3점이던 것이 2014년 17.0점으로 크게 후퇴했다고 한다. 안전을 위한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과반수 이상이 현재 예산범위 내에서 해결하기를 희망하고 있어, 추가적인 비용부담은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국민의식의 반영으로 중앙정부 일반회계에서 재난관련 예산비중이 2009년 1.3%에서 2014년 0.9%로 크게 낮아졌다.

외국과 비교해보면 우리의 안전가치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낮은 지가 극명하게 보인다. 사망재해의 경우 사망자 1인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한국 5.4억 원, 미국 100.6억 원, 영국 28.4억 원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의 18분의 1, 영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국가별 경제규모를 고려한 1인당 GDP 대비 사망자 1인당 사회적 비용의 배율을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약 17배, 선진국(11개국)은 평균 63배, 개발도상국(13개국)도 평균 44배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낮게 평가되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기회비용 원리를 강조하기 위해 자주 인용하는 ‘공짜 점심(free lunch)’이란 말이 있다. 안전도 마찬가지다.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한정된 재원 내에서 안전에 투자를 하면 다른 곳에서 그만큼의 재원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다. 안전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위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반국민도 비용 지불 없이 안전한 환경에서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당장 불편하고 비용부담이 생겨도 안전을 위해 감당하겠다는 합의다.

마침 정부에서도 "안전을 뒷전이나 낭비로 여겼던 안전불감증·적당주의야말로 청산해양할 적폐"로 지적하고 국가안전대진단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시의적절하고 필요한 대책이다. 그러나 생활안전과 관련한 인프라를 정부가 모두 마련할 수 없고 또 가능한 일도 아니다. 안전비용은 수혜자가 부담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공공이 제공하는 안전서비스에 ‘무임승차 문제’가 없도록 제도정비를 해야 한다. 공공서비스는 결국 모든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이번 기회에 국민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설득해야 하고, 국민도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안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 하다’라는 인식에 동의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예방비용의 투자는 복구비용 지출보다 효율적이라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감지기가 10달러인데 이를 설치하면 200달러의 피해저감효과가 생긴다고 한다. 또한 안전산업은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산업으로 관련산업의 확장과 일자리 증대에도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이는 복지가 지출이 아닌 이를 통해 경제적 활력을 이루는 투자라는 개념과도 같다.

반복되는 재난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안전의 사회적 가치를 확인하고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우리 그리고 우리 후손의 안전한 삶이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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