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월 26일 원유 선물 거래 개장…WTI·브렌트유 넘어서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2.14 13:39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중국이 오는 3월 26일 원유 선물 거래를 개시한다. 달러로만 거래되는 국제 원유시장에 위안화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하이선물거래소 산하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소(INE)에서 다음 달 26일 원유 선물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원유 선물 출시는 몇 년 전부터 추진됐지만, 규정 제정을 위해 개장을 미루다 최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서 개장을 위한 모든 승인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3월 중순 전국인민대표회의 등 중요한 정치적 일정을 앞두고 있어 개장일을 그 후인 3월 26일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에너지거래소 측은 원유 선물 거래의 기본 거래 조건을 발표했다.

벤치마크 성상은 중질원유(Medium and Sour Crude Oil)로 API 32도, 황함량 1.5%, 유종별 가격차이는 ±5위안이라고 발표했다.

상장유종은 바스라 라이트, 두바이, 마실라, 카타르 마린, 성리, 어퍼 자쿰으로 총 7개다.

거래 단위는 1000배럴/lot이고, 가격 변동은 전일 청산가격에서 ± 4%이며, 수 주 내에 인도 장소 등 세부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중국이 새로운 원유 선물시장을 만든 것은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나 브렌트유 등 기존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기준이 되는 자산이 아시아 시장 수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위안화로 거래되는 선물 시장을 개장해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의 영향력을 낮추고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1993년 자국 투자자들만 거래하는 원유 선물시장을 개설했지만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 1년여 만에 거래를 중단했다. 이어 2012년부터 국제 투자자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원유 선물시장을 재개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주식시장 및 외환시장의 불안이 이어지면서 개장을 미뤄왔다.

중국의 시장 통제력이 너무 강해 중국의 원유 시장을 WTI나 북해산 브렌트유처럼 벤치마크로 쓰기엔 불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중국이 최근 금융시장 등 서비스 시장 개혁과 자유화를 강조했고 지난해 9월부터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을 내놓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마이클 메이단 에너지에스펙트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원유 선물 시장 개설은 금융시장에 대한 중국의 자신감을 보여준다"면서도 "상하이 원유선물 시장이 글로벌 시장 기준 자산이 되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개방적인 달러 표시 시장에서 자유를 누렸던 시장 참가자들이 위안화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간섭을 기피하기 때문에 페트로위안(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국제안보분석연구소(IAGS)의 갤 루프트 이사는 "위안화 원유 선물은 게임체인저가 아니다"라며 "최소한 지금은 그렇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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