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로잡은 박찬욱 감독 ‘아가씨’…韓최초 외국어영화상 수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2.1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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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가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영국 아카데미는 미국 아카데미상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영미권 주요 영화상으로 한국영화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는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로얄 앨버트홀에서 열린 ‘2018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선정했다.

앞서 ‘아가씨’는 폴 버호벤 감독의 ‘엘르’, 안젤리나 졸리가 연출한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캄보디아 딸이 기억한다’,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의 ‘러브리스’, 이란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세일즈맨’과 함께 5편의 후보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바탕으로 한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의 열 번째 장편 영화로, 2016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주목받았다. 같은 해 미국 LA비평가협회(LAFCA)가 주는 외국어영화상과 미술상을 수상했다.

사건들은 귀족 가문 출신 히데코(김민희 분)의 상속재산을 매개로 벌어진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인 이모부 고우즈키(조진웅)의 보호 아래 사는 히데코에게 백작(하정우)이 접근한다. 백작은 소매치기로 자란 숙희(김태리)를 히데코의 저택에 하녀로 투입해 재산을 가로챌 계획을 세운다. 숙희를 이용해 히데코를 유혹하고 결혼한 뒤 그를 정신병원에 가둔다는 게 백작의 계략이다. 그러나 막상 히데코의 시중을 들며 살게 된 숙희가 그에게 마음을 빼앗기면서 백작의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백작의 음모와 숙희의 내적 갈등이 전반부를 이끈다. 영화는 반전을 거친 뒤 히데코의 시선에서 사건을 다시 본다.

원작 소설과 같이 3부로 구성됐지만 시대적 배경을 1800년대 영국에서 1930년대 조선으로 옮겨 각색했다.

식민지 모순과 계급제도, 정신병원이 공존하는 근대화 시기의 풍경을 펼쳐 보이기 위한 설정이다.

히데코와 이모부의 대저택은 이런 이질적 요소들을 집약해 보여주는 공간이다.

박 감독은 일본 구와나시에서 일본 전통과 유럽 양식이 섞인 건물을 발견하고 영화의 주무대로 삼았다.

대저택 내부를 묘사하는 유려한 미장센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한국인 최초로 2016년 칸영화제에서 미술·음향·촬영 등 부문에서 기술적 성취를 보여준 작품에 주는 ‘벌칸상’을 수상했다.

미국 LA비평가협회(LAFCA) 역시 외국어영화상과 함께 미술상을 줬다.

‘아가씨’는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파격적 동성애 묘사로도 화제를 모았다. 정사 신보다 숙희가 히데코의 입안에 손을 넣어 튀어나온 이를 골무로 갈아주는 장면이 관능적 묘사의 백미로 꼽힌다.

박 감독은 CNN과 인터뷰에서 "특별히 금기에 맞섰거나 이 영화로 장벽을 깨트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 영화 뒤에 비슷한 주제를 다룬 영화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 영화로 ‘올드보이’(2004), ‘박쥐’(2009)에 이어 칸영화제 공식경쟁 부문에 세 번째 초청받았다.

‘아가씨’는 국내에서 2016년 개봉해 관객 428만명을 동원했고 영국에선 지난해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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